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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오늘은 김장김치로

by Aphraates 2024. 11. 5.

얼마 전에는 금추()라고 부를 정도로 비싸던 배추였다.

농산물 채소 겂이 얼마나 비싼지 배추김치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김치도 담글 엄두도 못 내었다.

우리 집도 그 여파가 컸다.

김치 쟁이라고 불리던 사람도 김치 담글 생각을 하지 않고 식품 사에서 만들어 파는 포장 김치를 둬 가지 사다 놓고 여태까지 아껴 먹었다.

그러면서 비싸서 김치 담그지 못 한다는 구실이나 핑계를 삼는 것은 둘이 먹어야 얼마나 먹느냐며 구태여 번거롭게 김치를 담글 거 없이 간편하게 조금 사다가 먹자는 거였다.

 

그러나 김치 쟁이는 쟁이 인가보다.

성당에 다녀오면서 또는, 동네 한 바퀴 돌아보면서 이제는 김치를 담가도 된다고 판단이 섰는지 한 통만 해도 무게가 제법 나가고 크고 속이 꽉 찬 배추와 무와 양념류를 샀다.

원래는 H 마트에서 배달해주기로 했는데 배달하시는 한 분이 그만두셔서 오후에나 배달이 된다고 하여 이 김() 포터 짐꾼이 가서 싣고 왔다.

대천에 갖고 갈 최종 이삿짐이 가득 실린 승용차 뒷좌석을 정리하여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배추 가격이 아직도 금배추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면 동배추() 수준도 아니라고 하였다.

중국에서 수입한다더니 그랬는지 모르지만 해남과 진도를 비롯한 남도 배추와 대간령을 위시한 고랭지 배추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배추 값이 그렇게 곤두박질 쳤단다.

 

만사 제치고 배추김치 담금에 올인하더니 새벽밥을 먹는데 조금 버무렸다면서 내놓고는 어떤지 평가를 해달란다.

맛이 좋았다.

한 달도 넘은 것 같은데 다섯 봉지 한 박스를 택배 주문하여 간간이 먹던 의령 도가니탕에 척척 얹어서 먹으니 구색과 궁합이 잘 맞았다.

30년 전과 비교되는 의미 있는 김치에 의미 있는 새벽밥이라서 더 한 끼니 밥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1991년에 잘 모르는 사업소인 대전 기술연구원으로 발령받아 나오고,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다가 특수직인 선임연구원 학력 문제로 승진하여 대전으로 나가기 전까지 나와바리였던 남포에 있는 대천변전소장으로 발령받아 갔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 때는 강제 퇴출이지만 이번은 금의환향 격이다.

대천으로 가기 위하여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택시도 안 들어오는 전민동 버스 종점에서 떨며 기다리는 서방님을 사택 아파트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고는 차라리 그럴 바에는 회사를 그만두는 게 어떠냐며 눈물을 흘렦다고 후일담을 이야기하던 데보라였다.

 

이번은 전혀 딴 판이다.

새벽 대천 가는 길에는 콧노래를 부르며 도가니탕을 덮이고 김장김치를 큰 그릇에 내와 찢어 숟가락에 언어 줬다.

둘이서 함께 호사(好事)를 누리고 있다.

 

그도 그럴 만하다.

오늘 보령화력 현장 공사 착공회의를 하러 대천에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길이긴 했으니 마다할 형편도 아니어서 기왕 나선 길 힘차고 재밌게 가자고 작정하고 나니 모든 게 술술 잘 풀리는 느낌이다.

현장에 있다 보면 많은 문제들이 튀어 나오겠지만 언제 어디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런 걸 해결하고 공사를 원만하게 진행하여 목표를 달성하라고 명받은 것이니 기꺼이 받아들이고 시원하게 답을 내면 되는 것이다.

축복받은 것이니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하고 성과물을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 떠나자.

논산 훈련소 O밥 한 그릇 게눈 가추듯이 하고 훈련장으로 구보해 가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펄펄 끓어 식탁에 퍼 왔는데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가니탕에 보기에도 맛깔스러운 배추김치 얹어 느긋하게 한 그릇 땡기고는 대천으로 간다.

데보라는 오늘 회의 후 공정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동행하여 대천 사택 원투룸으로 갈 예정이다.

큰 소리로 들으면 아래 위층에 누가 될 테니 작은 소리로 그 때 그 시절 노래를 들으며 짐을 챙겨 안전 운행 모드로 들어간다.

5시에 출발하면 길이 안 막힐 것이고, 그러면 90km 남짓에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한적한 길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CVYge4e9wK0?si=jwbsI3_byw7i92tV

아씨 / 옛날에 이 길은/1971[이미자-영화영상]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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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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