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
옛 어른들이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험한 꼴을 당하면 나오던 탄식이다.
그런데 그게 옛날이야기만은 아닌가보다.
현대 판도 변함이 없다.
과거와 현대가 닮은꼴이다.
그제 소맥폭탄부대 작전을 나가다가 시간이 좀 남아 생중계되는 모모네 동네 모습을 잠시 봤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와 닿았다.
내가 너무......,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수난을 당해야 하는 것인지 조상님들께 죄송스럽고, 가족들한테 미안하다.
그런 말을 실감하고, 이런 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그락 불그락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극한 공방이었다.
서로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그런다는 데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불편하게 바라만 봐야 했다.
사생결단의 결연한 공방에 대해 진위를 가리거나, 누구 편을 들 처지와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장면을 보는 자체가 더 고역스러웠다.
“에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텔레비전을 얼른 끄고 작전에 나섰다.
소맥폭탄 작전은 여전히 화기애애했다.
향촌 소맥폭탄부대는 보수와 진보 합성 부대다.
텔레비전 화면이 께질 듯한 거센 파열음은 없다.
가끔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 있긴 하나 그런 예민한 문제가 나오면 누군가가 얼른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분위기를 바꾸니 무탈하다.
작전에서 작금의 상황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분명 호불호가 있지만 표현을 안 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게 쌓이고 쌓여 일거에 폭발할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을 논할 위치에 있는 부대원들이 아니고, 행여 논한다고 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때문인지 그런 것에 비교적 초연하다.
자신의 건강과 생활에 성실하고, 작으나마 이웃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이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 하는 긴 한숨을 안 내쉬고 잘 사는 길이라 굳게 믿고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학생의 날이다.
미당 선생이 달력을 보고 오늘을 기억하니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를 생각해본다.
학생을 면한 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글을 쓰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노학동으로서 학생독립운동을 하시다가 고난을 당하신 조상님 학생께 면목이 없다.
그렇다고 꿩 새끼 땅에 머리를 박고 나는 아니라고 발버둥 치듯이 할 수도 없다.
조용히 한다.
아울러 먼저 가신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위령의 달에 당신들을 얹혀 평안하심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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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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