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등본을 떼려고 단지 후문 쪽에 있는 이마트에 설치된 민원서류 무인발기로 향했다.
그런데 사람과 차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지척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함께 교통 폭증을 유발시켜 혼잡하긴 하지만 이렇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4거리를 건너려고 보니 사람들이 둔지 변전소 앞까지 줄 서 있고, 차량 안내원들은 주차장은 만차로 들어갈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이용하시던가 좀 늦춰 오시라고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옆 출입구 쪽에 있는 무인 발급기로 가려고 하였더니 문은 닫혀있고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사람들 줄이 있는 것을 보면 폐장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별 일이어서 궁금증이 더 했다.
정문 앞으로 갔더니 역시 문이 닫히고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내신 옆 쪽문으로 사람들이 나오고 들어갔다.
그런데 나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들어가는 것은 안에서 나오는 사람만큼만 들어가도록 통제를 했다.
나는 뭘 사려고 온 것이 아니라 등본을 떼러 들어가려는 것인데......,
혹시나 하고 호루라기를 불며 왔다 갔다 하는 보안 요원한테 무슨 일이고, 지금 들어 갈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두 손을 X자로 가슴에 대고 죄송하다며 꾸뻑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전반적인 세일을 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아 입장하실 수가 없어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좀 씁쓸했다.
말로만 듣던 오픈런(Open Run, 開場 줄서기/들어가기)를 보고 경험했다. 신세계 오너 일가 남매가 백화점과 이마트를 나눠 운영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를 기념하기 위한 축하행사인지 아니면, 인계인수에 대비하여 하는 재고정리인지 모르지만 생필품 매장에서 이런 오픈런이 벌어지다니 좀 그랬다.
재벌 그룹 판매자보다는 서민과 중산층의 구매자들한테 더 맘이 쏘였다.
계란 몇 판에 휴지 몇 통 싸게 사서 살림살이에 큰 보탬이 되갰는가만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팍팍한 살림살이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싸게 사는 것이 기쁠 것이다.
동사무소로 등본을 때러가려고 이마트 정문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어느 중년 부인이 지나가면서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닌데 이게 웬 일이야” 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줄 서 있는 사람들보다는 줄을 서게 만드는 사람들한테 대한 걱정의 소리로 들렸다.
대덕대로를 건너서는 뭘 사러 나온다고 하는 데보라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니 급한 거 아니며 다음에 사라고 했다.
데보라도 끼서 여태까지 그런 걸 본 적이 없는데 웬 일이냐며 웃었다.
천천히 걸었다.
을지대 병원 자동발급기에서 등본을 발급받아 돌아오며 보니 길은 더 길어졌다.
사람들도 자꾸 거기로 향했다.
점심시간 전부터 저러니 언제까지 저런다는 것인지 남의 일이지만 내 일이기도 한 것인지라 맘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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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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