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인해서 독감 예방 주사를 동네 병원 Y내과에서 맞았다.
진작 맞았어야 하는데 왠지 꺼려져 피일차일 미루다가 맞은 것인데 더 미루다가는 바쁜 일정에 부닥칠 것 같아서 오늘 중대 결단을 하고 거사를 치른 것이었다.
진찰 의사 선생님이나 팔뚝에 주사를 놓은 간호사님이 한 15분쯤 앉아 계시다가 가시라고 하시어 퇴근 시간 무렵 썰렁한 대기실에서 한담을 하고 있는데 늙수레한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접수창구에 가서 뭐라고 뭐라고 하니까 간호사가 M을 맞으셨는데 이번에도 그거면 되겠느냐고 묻는 게 아마도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하는 것 같았다.
좀 뜨끔하고 미안했다.
2022년 이른 봄 삼천포 현장에서 철수하기 직전에 3차(?)인가 맞고서 그 뒤로는 더 맞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맞으라고 강제한 것도 아니니 별 탈 없으면 안 맞아도 될 것 같은데 무슨 보약 먹듯이 철 지난 지금에 아직도 코로나 접종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꼬장 부리다가 쌍코피 흘리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 맞으면 되는데 웬 생각과 말이 그리도 많냐는 자책이 되기도 했다.
방금 들어온 그 사람이 주사전 문답지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진찰을 받으러 진찰실로 들어간 사이에 접수창구에 가서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몇 년 전에 세 번인가 맞았는데 아직도 코로나 접종을 합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안내 간호사께서 “그럼요. 아직도 안 맞으셨어요. 맞으시는 게 좋습니다” 하고 웃었다.
그런 얼토당토 안 한 질문을 한 게 면목이 없고, 무지함과 무심함이 창피하기도 했다.
얼른 코로나 예방 접종을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오시어 문답서를 작성하시고 맞으면 된다고 안내해줬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그 와중에도 아직도 정부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 주는지 개인 부담인지가 궁금했는데 그러다가 큰일 당하니 조심하거라 하는 것으로 위안 삼았다.
그리고는 병원을 나와서는 그런 걱정 근심 다 잊어버리고 쎄일한다느 방송을 하는 점포에 들어가 쓰고 뒹글어도 될 만한 벙거지를 하나씩 사 쓰고 시시덕거리며 집으로 왔다.
점심에 국수 몇 젓가락 먹어서 그런지 입이 굴품한데 통닭을 한 마리 할까, 노포의 붕어빵을 몇 개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아무래도 토실토실한 하얀 햅쌀밥에 방금 담근 배추김치를 척척 얹어 먹으며 어제부터 공들여 만든 고추 볶음을 반찬삼아 먹는 게 훨씬 나을 거 같아서였다.
아직도, 그러세요.
정신 좀 차립시다.
아직도, 안 하세요.
이 장면에서도 정신 좀 차리세요.
https://youtu.be/eUiAi8KKyeE?si=9owI1O4U_Cmd6K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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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