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누구한테 물어야지.
답답하게 주물럭거리지 말고.
모르는 문제를 갖고 아무리 주물럭거리고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온다.
못하면, 도움을 청해야지.
한 뼘도 안 되는 같잖은 체면 차리려 망설이지 말고.
못하는 것을 두고 백날 대들고 땀을 흘려도 해결이 안 된다.
창피하면, 노력해야지.
얄팍하게 나오지 말고.
부끄러운 일을 두고 아무리 감추고 모면하려 해도 만지면 만질수록 더 커지자 빠져나올 수가 없다.
한동안 즐겨 쓰던 셀카봉을 사용하지 않은 지 좀 됐다.
별로 쓸 일이 없었다.
그럴만한 사정도 있었다.
향촌 집 뒤에 있는 K 대리점 사장님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좋게 말하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한테 하는 마케팅 홍보이고 안 좋게 말하면 행인한테 하는 강매(强賣)에 못 이겨 스마트폰을 바꾸고서부터다.
며칠 전에 셀카봉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셀카봉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잭(Jack)이 달랐다.
우선 당장 쓸 수가 없으니 안 좋은 소리부터 나왔다.
기술진보가 이루어져 구형 수동식이라고 할 수 있는 셀카봉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은 이해가 되나 멀쩡하게 잘 쓰던 셀카봉은 쓸 수 없게 잭을 바꿔 놓으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기술(技術)과 상술(商術)의 횡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다고 왜 당신들 맘대로이고, 그 모양이냐며 항의할 수도 없다.
사는 사람은 아래이고, 파는 사람이 위다.
서운하고 속상해도 할 수 없다.
어찌 처신해야 할지는 바로 답이 나온다.
약자가 참아야 한다.
극진하게 모신다는 허울 좋은 고객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
착하고 선한 선생이 좀 손해 보고 마는 게 낫다.
사무실에 필요한 것들이 많다.
각자 필요한 물품을 메모한 것을 사진 찍어서 우선 전자 상가로 갔다.
이거 저것 골라놓고는 무선 액세서리를 두 가지 찾았다.
하나는 집어내 버려야 할 구식 셀카봉을 대신할 신식 셀카봉이고, 다른 하나는 작동이 불편한 유선 마우스를 대신할 무선 마우스였다.
먼저 셀카봉이었다.
새로 나온 셀카봉 잭이 안 맞는데 맞는 잭의 셀카봉을 추천해달라고 하였더니 판매원이 무선 셀카봉을 쓰셔야 한다며 셀카봉 코너로 안내했다.
값이 만만치 않았다.
좋은 고가품은 필요치 않을 것 같아 디자인이 괜찮은 중하위 가격의 검은색으로 하나 골랐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안내서를 참조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였더니 판매원이 그렇다면서 블루투스를 잡아 쓰시면 편하다고 하였다.
다음은 무선 마우스였다.
그것도 복잡하고 요란한 모양의 비싼 것이 아닌 비교적 저렴한 보통 것으로 하나 골라 갖고 포장을 풀어봤다.
배터리가 내장돼있나 하고 열어봤더니 배터리는 방전되지 말라고 비닐로 차단해 끼워져 있는데 피시나 노트북에 꽂아야 할 잭 자리가 비어 있었다.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 사람들 품질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가장 중요한 것을 빼 앙꼬없는 찐빵으로 내놓은 거야 하고 속으로 말했다.
계산하는 카운터 여직원이 아닌 남자 판매원한테 이리 와 보시라면서 열려있는 무선 마우스 속을 보여주며 어째 잭이 없다면서 혹시 포장을 뜯다가 빠트렸나 하고 아래를 살펴봤지만 그건 아니라고 하였다.
말을 들은 남자 판매원이 요즈음 출시되는 무선 마우스는 그게 필요 없다며 블루투스를 잡아 쓰시면 훨씬 더 간편하고 성능 유지가 된다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오늘은 무선(無線) 제품 때문에 무지가 탄 날이었다.
뉴트랜드(New Trand, 신조류, 新潮流)에 호흡을 같이하지 못한 게 창피했다.
반면에 정중동인 세대가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알고 나름대로 적응하는 것은 다행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시스템을 작동시키면서 또 한 번 좌절감을 느꼈다.
무선 마우스는 단방에 해결하여 작동시켰다.
하지만 무선 셀카봉은 해결하지 못했다.
케이스 한 면 아래에 너무 작은 글씨로 쓰여있는 사용 안내문이 잘 안 보여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봤는데 이해가 안 됐다.
인터넷에 들어가 사용법을 살펴보고, 동영상으로 안내도 받고, 인공지능(Chat A)에 물어도 봤지만 연결과 작동을 못 시켰다.
친절한 안내와 상세한 설명이 잘 못 된 게 아니었다.
실행자가 잘 몰라서 주물럭거린 것이었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아무래도 실행자 카파(Capacity, 캐퍼시티, 수용력, 능력) 문제였다.
그럼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나.
왜 이따위냐고 망치로 때려 부숴야 하나.
성질부리며 그래봤지 저만 손해다.
물어야 한다.
배워야 한다.
도움을 청해야 한다.
미당 선생은 땀 삘삘 흘리며 3시간 10,800초를 주물럭거려도 안 된다.
그러나 미당 선생의 반텡이인 36세(72÷2=36) 청춘이나 반에 반텡이인 18세(72÷2÷2=18) 이팔 아이한테 부탁하면 해결하는 데 30초 0.00833 시간이면 족하다.
신구(新舊)의 조화다.
새 사람이 할 게 있고, 헌 사람이 할 게 있다.
새롭게 할 것이 있고, 옛것을 고집할 것도 있다.
구(舊)가 뒤지는 게 아니다.
신(新)이 앞서는 게 아니다.
매력의 포인트가 다르다.
추태의 이미지가 다르다.
결론은 버킹검이다.
신구 동행이 최선이고, 최상이다.
그나저나.
버킹검 인기가 추락했다는데 뭔가.
신구 선생님 건강이 안 좋다고 하시던데 어떠신가.
둘 다 원기 회복하시어 기쁨과 즐거움을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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