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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허리띠를 졸라매도

by Aphraates 2025. 3. 30.

허리띠를 졸라매도......,

 

연 이틀 먹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의식주(衣食住)라고 하듯이 중요한 문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는다.

안 먹으면 죽는다.

식음전폐(食飮全廢)이나 곡기단절(穀氣斷切)이면 종 치는 거다.

그러나 먹는 이야기를 하면 좀 머쓱하다.

인간적으로 서글프고 치사하기도 하다

먹는 것을 밝히는 미식가 차원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되어 말한다면 더 그렇다.

 

살림살이는 커지고, 삶은 윤택해지고 있는데 갈수록 살기가 팍팍하단다.

더 좋은 것을 바라는 욕구의 허망함인지 아니면, 안간 힘을 다 해도 궁핍해지는 현실일까.

탄식이 안식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긴 한 숨이다.

졸라맬 허리도 없단다.

나른 나른하던 허리띠도 다 낡아 끊어질랑말랑 수명을 다 해 가고 있단다.

바지가 줄줄 흘러내린단다.

그나마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보잘 것 없는 밑천 다 드러나게 생겼단다.

그렇게 어려우면 무슨 대책이 있어야지.

자기방어나 구애작전으로 몸을 부풀려 세를 과시하든가.

칡끈이라도 엮어 굵은 허리띠를 만들어 졸라매던가.

왜 그렇게 세상을 원망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우선적으로 버려야 할 생각이나 퇴치해야 할 행동은 범접도 하지 말라고 핀잔한다면 세상 물정 모르고 남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소치라고 할까.

계엄과 탄핵 찬반 공방의 트라우마에 의기소침이란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미국 우선주의)의 관세 폭탄에 의식단절이란다.

이념 갈등과 경제 불안의 공황상태로 자포자기의 진입단계란다.

걱정이 태산 같단다.

거기 누구 없소, 사람 좀 살려 주시요.

하고 절체절명을 알리는 외마디 소리를 질러도 스치는 바람 소리에 적막함 그대로란다.

 

<“학원비, 대출이자 내니 남는 게 없다중산층 여윳돈 65만원...'5년 만에 최소'> 라는 기사다.

 

온라인 인터넷 신문기사와 오프라인 체험담이 오버랩 됐다.

어제 대천 해수욕장 바닷가에서의 청양전력소 개소 40주년 기념식에 가려고 택시를 탔을 때 운전기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대체적으로 잘 통했다.

전통 있는 유명 횟집 D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용띠 동갑례로 공감하는 세상살이와 군대 이야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할 거라는 노익장으로서 험한 일을 기피하는 청춘들에 대한 걱정의 소리, 변하고 또 변하는 보령 대천의 흥망성쇠에 관한 전망 이야기......,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 시국에 대한 소회는 한 마디도 없었다.

둘이 서로 정치적 성향이나 시국에 대한 관점이 같다면 누구를 띄워 놓고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성향인지 깊이는 모르니 함부로 말하는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는 별개임을 잘 알고 있는 백전노장들이기 때문이었다.

대신 생선회와 조개구이의 대체재 이야기는 통하는 바가 커서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에는 바닷가 뒤로 횟집 몇 개였었는데 지금은 바닷가 전면으로 수많은 횟집이 줄지어 들어섰다며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자 운전기사가 좀 색다른 다른 면을 이야기했다.

정식 생선 횟집보다는 조개구이 집이 많아졌고, 잘 된단다.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생선회는 두당 오만 원 정도 들어가 좀 비싸다는 인식되어 젊은 사람들이 선뜻 찾지 못한단다.

그래서 네 명 정도 먹을 수 있는 한 판에 오만 원 정도 하는 조개구이를 많이 찾는 데 먹다 보면 몇 판인지 모르게 늘어난단다.

결국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생선회 가격이나 싸다고 생각하는 조개구이 가격이나 별반 차이가 없단다.

판매자의 영업전략(營業戰略)과 구매자의 착시현상(錯視現象)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기를 치고 사기를 당하는 것이 아니니 각자 취향에 따라 사고 팔면 되는 것인데 팍팍한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에 부합하는 것이 뭔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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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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