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이야기다.
부리나케 대전으로 달려가 구역회에 참석했다.
아파트 단지 쪽문 쪽에 있는 M 낙지집에서였다.
날도 더운데 술술 넘어갈 소맥 폭탄과 입에 착 감기는 낙지는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갔다.
그러나 그게 주는 아니다.
먹는 거야 어디를 가도 넘치고 넘친다.
크게 돈이 들어가는 식습관이나 주석(酒席)도 아니니 빚을 내지 않아도 먹고자 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으니 다음 문제다.
첫째 문제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도 않고 반가운 향촌(鄕村) 구역 교형 자매님들 얼굴이다.
두 테이블에 만석으로 참석하셨다.
한두 테이블은 더 늘어났으면 한다.
그를 위해 노력하지만 잘 안돼 그 정도로 만족하는 실정이다.
먼저 1차로 월회(月會) 구역회를 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기도, 복음 나누기, 공지 사항과 소식 나누기, 기타 토의 사항 순으로 간략하게 마쳤다.
다음 2차로 주회(酒會)에 들어갔다.
여기서도 매회 순서는 비슷하다.
안주가 나오기 전에 소맥 폭탄 일 순배가 돌아간다.
소맥 폭탄은 빈속에 터트려야 제격이다.
폭탄 제조는 아오스딩 총무님 몫이다.
눈감고도 적절한 비율로 소맥 폭탄을 제조하는 숙련된 조교가 되었다.
식사 전 기도를 마치고는 폭탄을 각자 자신에게 투척했다.
사랑의 손뼉을 치며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화합을 외쳤다.
다음은 좀 어두운 이야기였다.
구역과 성당과 가정 소식을 나누다가 분도 아우님 근황을 물었다.
건강이 안 좋다는 소리도 들리고 뭔가 있는 것도 같다.
요즈음 보기가 좀 뜸하다고 했더니 사정을 아시는 분이 설명해 주셨다.
듣기가 영 불편했다.
시원하던 소맥 폭탄이 텁텁하게 느껴졌다.
신망애(信望愛) 삼덕을 기리는 자리에서는 안 나와도 되는 얘기였다.
다들 듣기 거북해하신다.
안 그래도 되는 데 너무 깊숙이 관여하여 갈등과 분란이 이는 것 같다.
구역회 같은 좋은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자면서 봉합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또다시 그 이야기가 나온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안 그럴 수도 있다.
때와 장소와 사람에 따라 그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건만 좁쌀이나 작은 돌멩이 하나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 같아서 싫다.
역시 듣기 거북했다.
“참 피곤하군요. 그 얘기는 그만하시지요” 하는 것으로 갈무리했다.

덜 하고 싶은 이야기다.
덜 하고 싶은데 자꾸 더 하려고 하면 틈새가 벌어진다.
안 좋은데 이야기가 계속됐다면 탈이 난다.
몇 순배 돌아가 속에서 숙성된 소맥 폭탄이 진짜로 폭발할 수도 있다.
좋은 것에서 안 좋은 것으로,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으로 돌고 도는 게 세상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있다면 천재일우(千載一遇)도 있다.
좋은 자리에서 덜 하고 싶은 것이 나타나 피하고 싶은데 반전이 일었다.
귀를 닫고 앞을 주시하다가 건너편에 앉은 일행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 승현네였다.
몸과 맘이 절제가 안 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이 안 나와 손을 들어 흔들며 “어,어,어” 하고 다가갔다.
구역원들께서는 무슨 일인지 다들 쳐다보셨고, 두 분도 바로 알아보시어 이게 웬일이냐며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상훈네와 함께 1970년대 말 사양(남양) 초임지에서 총각으로 시작하여 꼬부랑 할아버지가 된 지금까지 좋은 인연이 이어져 온 가족이다.
C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을 하시고 조용히 지내신다.
같은 대전에 살지만 생활 동선(動線)이 달라 소원하나 맘은 늘 한결같은 이(李), 안(安), 김(金)가네다.
승현이 엄마도 반가워 어쩔 줄 모르셨다.
둔 손을 꼭 잡고는 얼굴이 좋으시고 건강해 보이신다며 좋아하셨다.
나이가 얼마인데요 하는 말로 답하였다.
실제 나이에 비해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두 분이 서운했다.
장 여사님(데보라)도 잘 계시지요, 애들(승현, 현주)도 잘살고 있지요 하는 안부도 나눴다.
대천에 있으니 조만간에 세 집이 한 번 모이자고 했다.
더 함께하고 싶었지만 해후(邂逅)는 거기까지였다.
서로 다른 일행이 있어 오래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후일을 기약하는 것으로 달랬다.
불편하여 덜 하고 싶은 자리는 이어졌다.
편안하여 더 하고 싶은 자리는 끊어졌다.
잠깐 사이에 명암이 엇갈렸다.
시베리아와 사하라였다.
인생만사(人生萬事)가 다 그런 거 같다.
좋은 것만 하고 살 순 없다.
닥치는 대로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평범한 진리이지만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노력하고 정성을 들이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들이다.
뭐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공과 정이 들어가야 가능하다.
불편했던 적대적인 것은 해소시키려 공을 들이고, 편안했던 우호적인 것은 정을 기울이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일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날만 같으라고 하는 한가위가 다가온다.
아름다운 얼굴, 사랑스러운 얼굴,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얼굴은 얼굴로서 족하다.
거기에 사족을 달면 고운 얼굴에 티를 묻히는 것이니 안 좋다.
어제 감리단 차담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친족이든 친지든 누구든 좋은 관계에 이해관계나 돈 같은 불순물이 관여되면 파탄과 오염으로 이어지니 곤란하다.
안 맞는데 맞다고 억지로 갖다가 붙이는 것도 싫다는데 좋다고 밀어붙이는 것도 이해득실을 논해야 하는 불순물이라는 것을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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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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