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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통공 通功

by Aphraates 2025. 9. 10.

 

99일이다.

구구절절(句句節節)이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렇다니 사연이 기가 막히는구나.

그게 좋고 안 좋고를 따질 게 아니구나.

그간에 얼마나 맘고생을 하고, 여기저기 걸리는 것들이 많았을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겠구나.

 

순탄하지만 애달픈 사연들이 많다.

평범하지만 안타까운 일들도 많다.

결론적이지만 회한 같은 것들이 많다.

 

핀잔도 있다.

유난 떨지 마라.

거기만 그런 게 아니다.

너만 그런 게 아니다.

어디서도 그랬다.

다들 그렇게 살아왔다.

한 하나 들춰내자면 끝도 없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사연 없는 사람 없다.

 

그러나 사람이, 세상이 그게 아니다.

간단명료한 게 아니다.

복잡다단하다.

동행과 극복을 함께 해야 하는 야누스적 두 얼굴의 사나이다.

 

더불어 살자.

늘 그 얘기를 주창하지만 오늘은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본다.

 

감정에 충실하고 인정에 여유를 갖자는 거다.

감정이 무딘 것은 싫다.

이를 악물고 눈 하나 까딱 안 하며 무정하고 표독한 것은 거부한다.

인정이 메마른 것도 싫다.

피도 눈물도 없이 메마르게 사는 것은 살아도 산 것이라 할 수 없다.

 

사람은 눈물이 있어야 한다.

사물은 내용이 있어야 한다.

인생은 테마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플로라 블로거의 글에서처럼(플로라의 백일백장 리턴 100-64 사연 없는 사람 없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것을 함께 느꼈으면 한다.

 

() 처장 아우님의 부친상 인사문을 보고 가슴이 짠 했다.

망인과 유족들의 맘이 우리 맘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인사말이었다.

1999년도와 2012년으로 세월이 좀 되긴 했지만 청양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느끼던 그대로였다.

애를 삭히지 못하고 할 말을 잊고 지내던 오랜 세월이 소환되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도 되돌아왔다.

성당 연도(煉禱)와 일반 문상(問喪)을 하면서 수많은 사연을 안고 가는 이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고 기도할 때의 전율이 엄습한다.

비록 내일이면 아니, 돌아서면 잊어버리지만 가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착하고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한다.

 

눈물이 난다.

침착과 냉철이 드리워지는 이른 새벽에 그러니 이례적이다.

그래도 이상하진 않다.

그게 인간 본성이자 본래의 미당 선생이라는 생각이 먼저다.

저승의 모든 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고 기도드리면서 아울러 이승의 모든 이에게 평화를 주시라고 청한다.

 

() 상주님.

다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진실하시고 선하시고 아름다우시게 사시다가 가신 분께서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고, 당신의 품에 평안히 안기시어 영복을 누리실 것입니다.

그렇게 해주시라고 먼저 가신 분들과 통공하면서 긴구하고 있니 분명 그렇게 해주실 것입니다.

다른 거 다 그만두고 가신 분들께서 남기고 가신 사랑을 생각하면서 잘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삼가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이번 저의 부친 故 민창식님 상사시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조문해주시고 따뜻한 위로와 부의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황망한 상황에 일일이 찾아 뵙고 감사인사를 드리지 못하는점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덕분에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길 외롭지 않게 잘 모셨습니다. 제 부친께서는 어릴 때 큰아버지 댁으로 입양되셨는데 이번에 친부모님 산소 옆으로 모셨으니 8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부모님 곁으로 되돌아 가셨습니다. 장지에서의 의례는 전통방식에 따라 진행을 하였습니다

회 다지기를 할 때에는 92세의 큰아버지께서 아우를 먼저 보내는 마음을 담아 선소리를 하셨는데 그렇지 않아도 구슬픈 선소리가 더욱더 애달프게 들렸습니다

아버지를 영원히 보내드리는 마음 허전하기 이를데 없으나 모든분들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의 마음 덕분에 조금씩 평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베풀어주신 온정에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그마음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댁내에 애경사가 있으실때에 작은 보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꼭 연락해 주시기 바라며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두손모아 기원드립니다

2025년 9월7일 故 민OO님의 아들 o무, o문, o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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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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