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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꼭지가

by Aphraates 2025. 9. 13.

동네 한 바퀴 효경(曉警)을 돌았다.

센 비가 내렸다.

커다란 우산을 썼지만 등과 배가 젖을 정도였다.

나가기 전에 새벽 뉴스를 보니 저수율이 10%대였던 강릉 지역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려 해갈이 될 거라는 낭보였다.

백두대간 태백산맥을 두고 동은 극심한 가뭄이고 서는 널널한 급수라니 지구 환경변화를 실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범국가적인 문제여서 강릉 지역 가뭄 해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엉뚱한 생각과 이상한 소리를 하여 왕따를 당하던 좌불안석의 시장도 한시름 놨을 것 같다.

 

맞다, 세상은 공평하다.

아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비가 와야 할 곳에서는 비가 안 오고, 비가 그만 와도 될 곳에서는 비가 내리는 기상도(氣象圖)가 좋게 보이지 않고 그런 논쟁이 이는 것도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닌가 한다.

 

동녘이 트려면 좀 남았다.

골고루 돌아보기 위한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빗발이 워낙 세어 멀리 가진 못했다.

아파트 정문으로 나와 갤러리아 쪽을 한 바퀴 돌고는 놀자 골목 건너편에 서서 펼쳐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요즈음 경제 상황을 말해 주듯이 빌딩 네온사인은 번쩍이는데 1층 가게 들은 불 꺼진 채로 임대 000-0000-0000”이라는 안내문이 여러 곳에 붙어 있었다.

어떤 집은 성의껏 디자인하여 붙여 놓았고, 어떤 집은 성의 없이 찢어낸 종이에 아무렇게나 써 붙여놨다.

그를 보고 임대(賃貸)가 절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은 아니겠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였듯이 기왕이면 예쁘게 해서 안내문을 붙여놓을 것을 품질 전문가로 권고하고 싶은데 주인장 맘이니 그 이상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닌 듯했다.

 

택시와 버스 승강장에 삼삼오오로 무리를 이루고 있는 청춘 군상들도 가지가지였다.

어떤 청춘은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라고 자문자답하는지 어설픈 철학가인 듯이 심각한 표정이었다.

어떤 청춘은 세상은 아름답고도 허무하다며 깊은 사색에 들어갔는지 풋내기 문학 소년 소녀 얼굴이었다.

어떤 청춘은 한미무역 관계와 정치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결기에 찼는지 상기된 보습이었다.

어떤 청춘은 밤샘하며 근심·걱정 다 날려 보냈다는 것인지 지나가는 차마다 손짓하는 환영을 받지 못할 승객 제스처였다.

 

승강장 주변은 활발했다.

영양가는 없어 보이는 정체상태였다.

놀자 골목에서 큰길가로 나오고 ,나온 사람들이 떠나가고 해야 선순환이 되는 것인데 그게 잘 안됐다.

밀물은 강한데 썰물이 약했다.

이상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왜 그런고 하니 버스는 운행 개시 전이고, 택시는 비 때문에 운행 대수가 팍 줄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술에 취해 야타를 외치며 광음과 함께 고속 질주하는 스포츠카는 보이질 않았다.

 

감미로운 가을비 우산 속도 아니다.

가을비 노상에서의 고성방가인데 그건 무엇인가.

꼭지가 덜 떨어졌다면 작은 일이다.

소수가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니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꼭지가 다 떨어졌는데도 그렇다면 큰일이다.

전체가 용인할 수 없는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문제가 미궁이면 곤란하다.

정답을 내야 한다.

정답만이 답이 아닌 문제라면 다른 답이라도 내야 한다.

쉬쉬하고, 숨기고, 거짓말하고, 피하고, 속상해하며 발을 동동구를 일이 아니다.

확 뒤집어 까 현실을 보여주고 좋은 것은 기리고, 안 좋은 것은 고쳐나가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첩경이라 하겠다.

 

https://youtu.be/iQZ60_JAzRk?si=3GJaGTVZ_5SoKhtJ

최헌 - '가을비 우산 속' [콘서트7080, 20061111] | Choi heun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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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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