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안 맞지만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글로벌화가 그렇다.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여겨야지 외국의 것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무엇이든 개방해야만 하는 현실이 그렇다.
토착화와 글로벌화의 충돌이고, 원주민과 이주민의 반목이다.
그렇다고 어느 편이 맞고 틀리다고 꼬집어서 얘기하기도 어렵다.
각기 자기 입장에서 토착화와 글로벌화의 필요성을 주창하던 전문가들조차도 결론을 내릴 때는 다양화 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내 것만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기본 선을 정한 상태에서 둘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며 슬며시 말꼬리를 내린다.
그럼 그들이 이랬다저랬다 하며 자기 편리한대로 들러붙는 어용학자이고,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는 무능한 기회주의자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상과 현실의 충돌 현상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것이고, 오늘 옳았던 것이 내일 그를 수도 있는가 하며 오늘 글렀던 것이 내일 옳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명확한 한계선을 긋는다는 것이 효율성 내지 가능성 측면에서 실익이 없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쏠릴 수가 없는 것이다.
길거리 캠페인.
일상생활 자체가 온라인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보화 시대에 그 효과가 의심스럽고, 시대감각에 안 어울리는 옛 풍경이다.
“요구사항이 있으면 길거리로 나서지 말고 대화로 하자” , “대화는 아름다운 말로 소곤소곤 정겹게 하자” 라고들 한다.
그런 판국에 사람들 눈에 비치는 길거리 행사는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동정을 사는 긍정적인 측면도 조금 있겠지만 괜한 수고들만 한다는 걱정을 끼치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클 것 같다.
요즈음은 출퇴근 시간에 제복을 입고 교통이 혼잡한 지역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봉사자들 빼고는 길거리에서 행사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고, 북한사람들 빼고는 외래어를 혼용하지 않고 순수한 우리말만을 구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길거리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서명을 부탁하고, 그 행사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을 사랑하자는 캠페인이라며 운동이나 홍보라고 해도 좋을 것을 굳이 캠페인이라고 하는 기자의 멘트와 순수한 우리말인 언급이라고 해도 좋을 것을 입에 밴 듯이 멘트라고 하는 필자나 박자가 안 맞고 어색한 느낌이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이 날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길거리에서 대학생들이 한글을 사랑하자는 운동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들이 좀 안타까웠다.
다들 국어를 사랑하자는데 는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국어를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은 줄어들어 그러다가는 학과의 존폐 문제가 대두될지도 모른다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 입장에서야 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겠지만 이런 운동을 펼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호응을 받을지 걱정이 되었다.
기특하다는 생각으로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았다.
한글 수호의 결사대 같은 열기는 못 느꼈지만 그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았고, 내용도 그런대로 좋았다.
그런데 한글 사랑에도 국산과 외제가 충돌하고 있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 글로벌화를 지향한다는 취지로 기관이나 아이템의 명칭을 영문화 (KT, KORAIL, KT & G, KOBACO, 하이패스, 뉴타운 사업, 테크노밸리, 무지개공무원 튜터제)한 것을 그 운동을 펼치는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한글의 오남용과 푸대접 사례로 꼽고 있었으니 충돌도 보통 충돌이 아니었다.
우리 조직도 국내적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토불이를 존중하면서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추세로 나가고 있고, 그 의지를 확산시키기 위하여 대외 명칭을 한글에서 영어로 표기키로 했는데 어디서 태클이나 안 걸려 올지 모르겠다.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하나도 잡지 못 하고 둘 다 놓치니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잘 하라는 격언이 있다.
그 격언이 지금도 통하기 때문에 지키려고 애써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같은 세상에 두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라도 잡아야지 무슨 소리냐고 하는 것을 인정하고 두 마리를 잡기 위하여 동분서주해야 하는 것인지 결론내리기가 곤란하다.
진퇴양난이라고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방향을 정하긴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신토불이도 불만스럽지 않고 외국산도 만족하는 묘안이 없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로또 부럽지 않을 텐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놓고 논쟁하는 식으로 입씨름 할 수도 없고......, 그러다가 흰머리 극성일 테니 전문가들한테 넘기면 혹시 콜럼버스 달걀처럼 쉽게 될지도 모르니 보통 사람들은 발을 빼고 생각 한 번 해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편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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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