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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쌍방과실

by Aphraates 2014. 10. 22.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그를 조사하여 어느 측에 귀책사유가 있는지 과실상계(過失相計)를 한다.

결과는 대체적으로 공평하단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하니 출동한 경찰관이 하든 보험사 직원이나 견인차 운전사가 하든 비슷한 결과가 나온단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기로 하고 합의한 법과 절차가 같다는 얘기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과실상계를 해보면 후미추돌사고 등등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00% 과실이나 무과실은 없고 거의가 다 쌍방과실(雙方過失)로 나타난단다.

 

다만, 유의할 것은 사고 원인을 누가 중하게 제공했느냐에 따라 책임 비율이 달라져 몇 대 몇인가로 가려지는 것이고, 그를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란다.

 

사람은 다 자기 유리한 대로 생각하려는 경향이기 때문에 교통사고 처리를 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정해진 룰이 있어 과실상계가 그리 어렵지 않아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과 다툼은 없을 텐데 그런 것이 아닌 인간관계에서는 이해상관과 쌍방과실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창피 사건이고 남우세스러운 일이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집이 쑥대밭이 되고, 콩가루 집안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좀 됐다.

식구들도 만성이 됐다.

별의별 일이 벌어져도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데 이런 묵사발이 된 모양새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기약도 없어 보인다.

 

가을비가 솔잖게 내리는 오늘도 살벌했다.

그렇게 거부하던 브랜드 패딩 재킷을 하나 얻어 입고 기분 좋게 갔는데 뭔가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생전 불만이라고는 모르던 식구들도 얼굴이 불그락불그락 해 갖고 들어와서는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집인데 왜 이렇게 깨진 쪽박 집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신성모독이냐 신심훼손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일들이 연속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느 정도 감도 잡히지만 차마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

 

정답 없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쌍방과실 문제가 지겹다.

연장자들이 한두 번 들어보는 소리도 아니고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인데 매일매일 그를 접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라는 충고하는 것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긴 했지만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목불인견의 쌍방과실 논쟁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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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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