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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보고 싶은 얼굴

by Aphraates 2015. 1. 31.

기타 반주에 맞춰 곧잘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내 흥에 겨워 내 방식대로 흥얼거리기는 하지만 많이 부족하여 어느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울 정도다.

 

그 노래는 최백호씨가 리메이크한 “보고 싶은 얼굴”과 황금심 씨가 부른 “알뜰한 당신” 이었다.

노래가 애절하지만 듣거나 부르면 맘이 편안해진다.

어떤 노래를 좋아할 때는 무슨 말 못 할 숨겨진 이야기가 있음직하기도 하지만 전혀 그런 것은 아니다.

어설픈 솜씨의 기타에 맞춰 노래에 심취하다 보니 날이 갈수록 더 정감이 어려 좋아하게 됐다.

지금도 기타와 노래 솜씨가 완전히 녹슬지는 않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하나 기타 코드를 잡아 본지 오래 되다 보니 자연스레 안 하게 되고, 어쩌다 노래방에 가면 얼찐한 김에 가끔 부르기도 하지만 그 때 그 시절 같지 않아 중간에 그만두곤 한다.

 

보고 싶은 얼굴이 많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짝사랑했던 흘러간 아이들이나 추억어린 그리운 시절의 사람도 그렇지만 그 보다는 부모님을 비롯한 이승을 하직하신 분들이다.

그 분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살아생전에 잘 해 드리지 못 한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과 후회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도 만만치 않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은 것만큼이나 많다.

그냥 조금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다.

주는 거 없이 밉고, 이해상관 없이 싫다.

나타나기만 하면 경끼가 일 것 같은 기분이고, 삼대(三代)가 망조 들 정도는 아니나 두고두고 재수가 없을 것 같이 기분 나쁘다.

 

그런데 참 얄궂다.

가능하면 안 보였으면 하는 마음인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것처럼 왜 그렇게 자주 외통수로 마주치거나 보이는 것인지 고역스럽다.

국가 사회적으로 또는 주변 상황적으로 그런 일이 있어서 뭐가 안 돌아 가는 것인지 아니면, 뭔가 안 돌아 가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세력들이 혼전양상 모드여서 괴로운 시련이다.

 

청양(靑洋)의 해 출발이 안타깝다.

신고치고는 혹독한 신고식의 첫 달이었다.

우후지실(雨後地實 : 비 온 뒤에 땅 굳는다)이라는 말처럼 시작이 출발이 그리 어려웠으니 뒤에는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지만 고진감래(苦盡甘來)보다는 기대가 기대로 끝난 허망의 세월을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맘이 무겁다.

어제 낮에는 문상 가서 그냥 오면 시례라서 뭘 좀 먹는다는 것이 제법 먹었고, 저녁에는 청어로 남든 진짜배기 과메기를 포함하여 진수성찬에 먹고 시끌벅적한 청춘 광장을 통과하여 집에 무사히 돌아와서 잠도 잘 잤지만 아침 장례미사를 참례하러 가는데 커다랗고 단단한 무가 뱃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속이 답답하고 등에 식은땀이 났다.

다급한 김에 비상약을 먹고 성당에 다녀왔지만 가신님을 보내드리는 슬픔이 맘도 무겁고 속도 무거웠다.

결국은 오후 공연관람과 미팅 일정을 취소하는 약속을 취소하는 양해를 구하고는 따뜻한 방바닥을 만들어 거기에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있었더니 시간이 가자 좀 호전되는 것 같았다.

 

엎드려서 밖을 보니 처량했다.

처음부터 소란스럽고 심난한 일월의 첫날이더니 끝나는 날까지도 달라지지 않은 채로 그냥 흘러가고, 보기 싫은 얼굴들이 건재하며 호의호식하는 것이 못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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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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