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관운(官運)이 억세게 좋은 사람을 볼 수가 있다.
물론 관운이 엄청나게 나쁜 사람도 있다.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는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바라는 경우도 있고, 내가 그렇게 안 되기가 천만다행이지 큰 일 날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로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다.
정상과 비정상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인데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것이지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정상과 비정상의 위치가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도 봤다.
눈치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눈치 없이 구는 사람이 이득을 본 사례다.
노른자라고 하는 중요한 자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고 할 정도로 기세등등한 핵심 보직은 아니지만 그 분야 사람들이라면 한 번 앉아보고 싶은 선망의 의자였다.
그 위상이 좀 변하긴 했다.
전에는 힘 꽤나 썼는데 최근에는 권력지도가 변하여 누구와도 일전불사(一戰不辭)하면서까지 쟁취할 자리는 아니라고 할 정도로 추락했다.
특히 최근에 부임한 무소불위를 권한을 행사하는 괴팍스런 직속상관이 와서 모든 것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에 바로 아래인 그 자리는 유명무실이었다.
입에서 입으로의 소문이 아니더라도 급기야는 초짜들이나 가는 기피의 대상으로 변했다.
내놔라 하는 사람들이 원하던 몇 년 전과는 천양지차인지라 서로 안 가려고 눈치 쌈만 하고 있다.
누가 그 자리에 가든 먹잘 것 없이 바쁘기만 하지 노상 질책을 당하는 것이 주된 일과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판알 잘 굴리며 샤프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 거기에 앉아있자니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다.
더 이상 머뭇거렸다가는 망조가 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겉으로는 서서히 그러나, 속으로는 민첩하게 움직여 호구를 찾아냈다.
순하고 착한 사람 하나를 물색하여 좋은 자리라고 사탕발림을 했다.
호구도 실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영리한 사람이 밀어붙이는데 거절할 처지도 아니었다.
결국 호구가 자리를 물려받았다.
자리를 물려 준 여수는 거의 전권을 행사하고 먹잘 것이 쏠쏠한 지방의 장으로 옮겨 갔다.
형식상으로는 좌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영전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 역학구도는 얼마 안 가서 확 뒤집어졌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은 영락없이 나타났고, 첫 째가 꼴지 되고 꼴지가 첫 째 된다는 말씀과 버려진 돌이 모퉁잇돌 됐다는 말씀이 이루어졌다.
호구의 괴팍스런 직속상관이 너무 좌충우돌하다가 반대 세력으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축출되었다.
그 자리는 잠시라도 비워둘 수 없는지라 사람을 물색할 겨를 도 없이 직속부하이든 호구가 자연 승계방식으로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호구는 이만저만한 횡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현실 상황이 그런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호구한테는 그럴 감이 안 되니 잠시 대타로 기용되었다가 곧 다른 사람한테 물려줄 것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렸다.
한데 그게 아니라 정반대였다.
호구가 외유내강 형으로 일을 잘 했다.
싫다는 사람이 없었다.
진가를 발휘하여 인정을 받았다.
적임으로 사람 하나 잘 뽑았다는 칭송이 자자했다.
임기가 다 하자 다른 중요한 자리로 옮겨 역시 잘 하고 있다.
잔머리 굴려 지방으로 나갔던 사람은 저게 내 자리인데 하면서 땅을 치며 통곡을 했지만 이미 다 끝난 일이었다.
낙향한 것으로 초라한 위상을 마무리했다.
음지를 부정하고 양지만 찾아다니던 자기 과오는 생각지도 않은 채 호구가 관운이 좋았다는 소리를 연시 해 댔다.
주요 인사의 자혼 결혼식장에 갔다가 그 둘을 함께 봤다.
번들번들한 얼굴로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예전의 호구와 꽤재재한 모습으로 얼굴을 숙인 채 형식적인인사만 나누는 예전의 여수였다.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사람 팔자 시간문제이고, 세상 이치대로 돌아가는 역전(逆戰)과 역전(逆轉)의 명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