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저물어간다.
삼 년 전 이맘때 이곳에 왔을 때 낯설고, 어설프고, 당황스러웠다.
내가 이 나이에 이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차피 나선 길이었다.
낮은 자세로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대전 향촌 자택과 삼천포 향촌동 사택을 오가며 두 집 살림도 바쁘게 꾸려갔다.
지성감천 즉, 당신의 은혜였다.
집도 일터도 점차 익숙해졌다.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을 실감하기도 했다.
공정이 지연됐다.
일 년 예정 공정이 친정집 사정으로 인하여 그 세 배인 삼 년이 걸렸다.
환희와 함께 애환도 적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있다.
이달 말 준공이다.
3개 업체는 이미 철수하였고, 나머지 1개 업체의 현장 철수가 시작됐다.
철수가 서운하기도 하다.
이런 때는 안철수 대표가 아니라 안(非) 철수(撤收)였으면 하지만 막을 길이 없다.
현장 사무실과 감독관 사무실이 철거되고 감리단만 덩그러니 남았다.
공사의 후속 처리를 하고 최종 정리를 위하여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외톨이가 됐다.
광야에 홀로선 기분이다.
발전기 돌아가는 굉음 소리가 요란하지만 모든 것이 적막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던 현장 사무실 주변을 서성이며 떨어진 쓰레기들을 주웠다.
헝클어진 자갈밭을 쇠스랑으로 긁기도 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 세 대가 시야에서 멀어져 안 보이자 그 자리에 서서 석양으로 피어오르는 발전소 연도를 바라보았다.
현장도 저물어가고, 삼천포도 저물어가고, 미당 선생도 저물어간다는 생각에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허전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면서 눈물 흘리는 것처럼 슬프고 외롭게도 느껴졌다.
철거하면서 인터넷 선이 끊겨 모든 게 깜깜이다.
잔무 처리도 할 수가 없다.
화요일에나 수리가 된다는데 사무실에 앉아있으니 아무것도 안 됐다.
다시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GIS SY를 도노라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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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