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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고향이 어디신가요

by Aphraates 2022. 4. 3.

고향이 어디신가요.

낯선 사람과 인사를 나누면 맨 먼저 그렇게 물었다.

동향이면 동질성을 함께 나누기 위하여, 타향이면 좋은 곳이라면 칭찬하기 위하여 나누는 덕담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반대로 지역 감정과 지역 차별 같은 민감한 문제를 한 자락 깔고 하는 표나지 않는 은근한 악담인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걸 물어보면 실례로 통한다.

이력서나 면접에서는 아예 그 항목을 빼버렸다.

모르는 사람과 수인사할 때도 몇 마디 나눠보면 본토 발음이 남아있어 어디 출신인지 짐작은 하지만 상대 턱밑으로 고개를 쳐들고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가는 요즈음도 이란 사람이 있네 하고 돌아서 버릴 것이다.

 

I) 고향이 어디신가요.

다 아는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그건 왜 물으시지요.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화개장터 얘기를 하시려고요.

Y) 별것 아닙니다.

그냥 뭘 좀 알아볼 것이 있어서요.

I) 제 고향은 연천입니다.

Y) 그러세요.

듣기로는 거기가 아닌데 그거 이상하네요.

언행도 전혀 아니고, 정식으로 받은 호는 아닌 것 같지만 미당(美堂)이라는 호는 충청도 칠갑산 자락 고향에서 따온 것이라 알고 있는데 고향이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이라니요.

I) 뭐 고향이 따로 있나요.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실제 고향은 충남 청양이고 부모님과 조상님들 선영도 거깁니다.

또 연천도 고향은 고향입니다.

Y) 충청도와 경기도는 다른데 고향이라니 안 맞잖아요,

I)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특별한 연고는 아니나 발가락이 좀 닮은 것도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장사하실 때 거기 몇 번 가셨다 하셨고요, 장인어른께서 의용군으로 남한으로 오실 때 연천과 전곡 사이에 있는 군자산 아래를 통과하셨다 하셨고요, 작은형님이 월남 파병전에 그 근처 부대에서 훈련을 받으셨고요, 저도 그곳에서 군대 생활을 3년 했고요, 제대 후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부터는 그곳 휴전선 지역과 임진강/한탄강을 부부 동반으로 돌아보고요, 군사 시설에 묶여 낙후된 지역이니 개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요......, 고향이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여럿 있습니다.

Y)아하, 그렇군요.

그런 정도라면 얼마든지 연천이 고향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뭔가 좀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은 있지만요.

 

() 국회부의장님은 미당 선생의 지역구(청양-부여-공주) 출신 국회의원이다.

직계 선후배 관계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통상 공주의 아들이라고 해서 공주 후배로 통한다.

선친은 충남 경찰국장, 충남도지사, 내무부 장관, 국회의원을 역임하시어 태어나려면 저런 집안에서 태어나야 한다고 부러움을 사던 명문가다.

정치적으로는 어느 계보인지 모르지만 JP를 통하여 정계에 입문하여 오늘의 거물 정치인이자 윤핵관 언저리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기대도 큰 것 같다.

구미는 누구, 포항은 누구, 울산은 누구, 창원은 누구 하는 식으로의 공식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고 그를 바래서도 안 되지만 그래도 기대감이 있는 것인데 어떻게 부응할지 모르겠다.

 

메이저 매체의 한 곳에서 정 국회부의장님과 윤() 대통령 당선인님과 좋은 인연의 일화를 소개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식의 딸랑딸랑은 아닌 듯하다.

계속되는 좋은 인연으로 지역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주셨으면 한다.

 

정권 교체기에 좋은 끈을 맸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바쁘단다.

연쭐연쭐 줄을 댄다.

아름아름 찾아간다.

지역 애로 사항을 토로하면서 공약 실천을 촉구하는 차원이란다.

아군이고 적군이고 개의치 않는단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선 고향과 타향이 불문이고, 작은 것 하나만 있어도 연관성을 부각시키고, 형식을 초월하는 실사구시로 나선단다.

 

참 어려울 것 같다.

곳간에 쌀은 백 섬인데 천 섬을 달라고 하니 그렇다.

우리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준다고 약속한 것이니 줘야 할 것 아니냐며 압박하는 것이다.

공약을 실천하자면 나라를 팔아도 불가능한 데 그런 건 모르니 무조건 내놓으라고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유연한 대처와 설득이 필요할 것 같다.

모모처럼 공약은 선거철에 그냥 해본 소리로 그를 다 이행할 수는 없다면서 출발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약 수정을 언급하여 저러니 뭐라는 비난을 받으며 신뢰를 상실하는 것이다.

좀 지난 다음에 여차여차해서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고 위기 극복을 하는 것인데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분노지수를 높인다는 무시를 당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 단군의 후예다.

어깨 너머 쇠스랑이라고 했다.

사돈에 팔촌까지 들이대며 우리 편이라고 하면 안 걸릴 사람이 없다.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묘책을 내야 할 텐데 제갈공명이 운동장 세 바퀴로 줄 서서 기다리며 강구한다 해도 똑 떨어지는 답은 없을 것이다.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것도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지역 우대나 차별 같은 것은 넘어서야 한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른 곳도 고향처럼 사랑할 줄 아는 양식과 역량을 키우는 식으로 변해야 한다.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설레는 그 초심이 중요한 것이지 고향을 팔아 뭔가를 도모하려고 하는 것은 고향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오늘도 계룡팀과 인연을 이어간다.

어제는 정림동과 진잠과 사리원을 잇는 인연의 강행군이었는데 그래도 마냥 좋기만 했다.

중복되어 불참 양해를 구한 칠갑산 아그들 유성 모임이 아쉬웠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

4월 첫째 주초인 내일도 또 다른 인연이 이어지고, 천안과 부산과 향촌 구역의 인연도 계획하면서 삼천포에서의 대전 귀환 한 달을 맞이할 것 같다.

그 모두가 마땅히 이어가야 할 사적 및 공적 인연이니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정성과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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