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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조직

by Aphraates 2022. 4. 30.

사람은 체계적인 조직 생활을 좀 해 볼 필요가 있다.

명령체계가 일사불란한 강력 조직이면 더 좋다.

그를 통하여 공동체와 공동체 생활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그에 걸맞게 처신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나 대개는 그렇다.

 

생각이 고루한 라떼같을지라도 살릴 것은 살려야 한다.

층층시하 종손 며느리가 시집살이하듯 시련도 겪어봐야 한다.

곳간 열쇠를 꼭 쥐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호랑이처럼 표독한 시어머니와 고부갈등도 겪어보고, 겉보리 서멀만 있어도 안 한다는 처가살이를 하며 서러움도 당해봐야 한다.

그럼 보스 말 한마디면 끝인 조폭도 그에 해당되느냐고 물으면 그건 너무 나간 것으로 안 된다고 하겠다.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타당해야지 비상식적이라면 득보다는 실이 크므로 아니 된다.

 

조직은 공생 공존의 기본 틀이다.

조직 생활을 통하여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터득하여 원만한 인간관계와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조직의 쓴맛 단맛을 두루두루 맛봐야 한다.

그 맛을 모르면 정상적인 삶에 많은 제약이 뒤따르고 결국은 본인한테 손해로 돌아온다.

 

군대에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엄격한 조직 생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나 군필자와 미필자를 비교해보면 안다.

귀하거나 막 구르거나 하여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 군에 다녀오면 예의범절도 잘 알고, 세상 살아가는 것을 터득하여 으젓해지는 것은 익히 경험한 바다.

핵가족과 외둥이로의 시대 변천이 그 말을 좀 퇴색시키긴 하지만 가장 강력한 명령체계 조직인 군에 가 골고루 경험을 해봐야 사회에 나와서도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적응을 잘한다.

 

조직 생활을 해봐야 유리하다.

시행착오도 적어진다.

매사가 질서정연하다.

중구난방으로 오뉴월에 팥죽 끓듯이 할 소지도 줄어든다.

일 처리하는 것을 보면 조직 생활 경험자와 미경험자 간에는 차이가 난다.

경험자는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결정한 것을 뒤집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진 않는다.

너한테는 어떤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게 무척 중요한 것이라고 해명이나 변명을 하지 않는다.

조직적으로 정성을 다하자 개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조직적이지 못하면 피곤하다.

하품 나온다.

다 흩트려 놓고서 별다른 반응이 없거나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며 태연자약한 것을 보면 매사가 그런 식이어서 답답하다.

 

신의성실(信義誠實)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아침에 약속했다가 점심때 아무 연락도 없이 안 나타나고, 굳게 시간 약속을 해놓고는 시간이 지나서야 감은 머리 털고 웃으면서 나오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고, 약속 시간 10분 전까지는 장소에 도착하는 조직원이 볼 때 조직에 미숙한 사람은 피곤하다.

 

조직이 대가를 받는가 보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병역의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면서도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고, 안 보낼 수 있으면 안 보내고 싶은 것이 군대다.

어쩌면 의무가 희생과 봉사로 대치되는 것이어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인데 그래도 문제가 있긴 할 것이다.

병사들을 그렇게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우대하면 다른 분야도 그만큼 해줘야 한다는 형평성이 대두되기 때문에 이만저만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많이 줬으면 좋겠다.

미당 선생 같은 노땅들이야 최전방에서 받은 생명 수당을 적금 들어 제대할 때 삼만 얼마인가를 받았지만 지금을 그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니 줄 수 있으면 많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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