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관계(關係)다.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다.
계산된 거래 행위다.
헌신적인 아가페이거나 일방적인 짝사랑이거나 그 몫의 크기가 다를 뿐이지 기브엔테이크(Give and Take)의 근본은 다르지 않다.
기왕 주고받는 것이라면 상호 호혜·평등이 최상일 것이다.
내가 하나 주면 너도 하나를 줘 저울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하게 공평해야 좋다.
이상이 그렇고, 이론상으로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안 그렇고, 실제로도 안 그렇다.
공평을 유지하기 힘들어 불평형이 발생한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현상이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힘 있는 강자 우선 법칙이 성립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도,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것도 강자의 의지와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고, 강자가 승자가 아니고 승자가 강자가 되는 현실을 탓하지 말고 돌아서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노래나 부르면서 자신을 충그리는 것이 강자 앞의 약자다.
되와 말의 이야기는 개인 간에도, 조직 간에도, 국가 간에도 통하는 데 어찌 보면 불변의 진리처럼 존재한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 한다.
선진국 부국의 한 가정 한 달 생활비면 후진국 빈국 한 동네의 일 년 예산과도 맞먹을 정도로 불균형 상태이니 가진 자가 안 가진 자를 인도적으로 도와준다며 건네는 원조조차도 나중에 가 보면 주고받는 셈법으로 된다.
힘없고, 가진 거 없고, 아는 거 없는 것이 죄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목마른 측이 우물을 파야 하니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그거는 너무 비인간적이다.
인간성을 회복하자면 이쪽도 좋고 저쪽도 좋다며 눈치 보며 왔다리 갔다리하다가는 언젠가는 양측으로부터 된통 당하고도 말 한마디 못 하는 초라한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과유불급도 필요하다.
명확하고 화끈하게 한다고 섣부르게 나섰다가는 더 화를 입을 수도 있다.
노적가리에 불 지르고 튀밥 주워 먹는다거나, 공짜라면 양잿물도 집어 먹는다거나, 외상이라면 황소라도 잡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나가다가는 패가망신하여 빤스만 입고 도망가는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강소대국으로 자리 잡은 우리가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난제들이 첩첩산중이어서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대결 구도를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받았으니 주거나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열강(列强)들이 호시탐탐(虎視眈眈)이다.
열세(劣勢)들이 학수고대(鶴首苦待)이다.
거부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도 부담스럽다.
아직 더 커야 할 우리인데 그렇게 태클이 들어오니 괴롭다.
원조받는 처지에서 지원하는 위치가 됐으니 환원 차원에서라도 지갑을 여는 것이 맞지만 공짜로 돈벼락을 맞았으니 개평 좀 달라는 것은 틀리다.
허리띠 졸라매고 피땀 어린 노력으로 밥술이나 뜨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급변하는 지구촌에서 수시로 다가오는 약점들을 이겨내고 곳간을 채워야 하는 것을 고려치 않고 곳간을 열라고 압박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좌우 옆을 봐도 온통 사장뿐이라고 하더니......,
사방팔방을 돌아봐도 달라고 벌리는 손들이다.
참 난처하다.
그럴만하게 넉넉한 것도 아니고, 기분 내키는 대로 빵 사 먹으라고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거늘 그런 거는 모르겠고 일단은 내놓고 따지라 하니 그게 무슨 상호 호혜 원칙이고 상부상조 원리인지 묻고 싶다.
거기에다가 그에 부화뇌동하여 허세를 부리며 횡설수설하는 정체 모호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속을 뒤집어 보고 싶다.
되와 말이 두서없이 오간다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다음 해에 심을 종자와 곤궁 기에 목구멍에 거미줄 안 칠 식량은 꼭 움켜쥐고 더는 안 된다고 완강하게 나와야 할 때도 있다.
휘몰아치는 태풍과 격랑 치는 파도를 이겨내며 가까스로 현상 유지를 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데 함께 먹자고 숟가락 들고 밀고 들어오면 어찌해야 할 것인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밀려오는 태풍과 격랑에 노하거나 반항하기보다는 나도 살고 남도 사는 길을 가는데 나름대로 일조를 하는 보통 사람으로서 원론적이고 소박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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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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