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긍주성을 체험했다.
긍주성이라면 무슨 성(城) 아니면, 어떤 성(星)인가.
그도 아니면 혹시 은밀한 그 성(性)을 말하나.
땡!
그런 성이 아니다.
불야성(不夜城)의 상대 개념으로 미당 선생이 만든 단어 긍주성(肯晝城)을 말한다.
오후 1시에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진료를 위하여 동네 대학 병원으로 채혈하러 갔다.
채혈 개시 시간이 7시 30분이어서 6시쯤에 집을 나서 동네 한 바퀴 순찰을 겸한 산책을 하고 시간에 맞춰 아직 작동을 안 한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통해 채혈실로 갔다.
채혈실 대기석 의자는 하나의 빈자리도 없이 꽉 찼고, 밖의 대기 의자도 빈자리가 없었다.
코로나 시국에는 한 자리 건너 앉아야 해서 대기자가 적었는데 코로나 제재를 안 받는 오늘 만석한 것을 보면 배 이상이 기다리는 것이었다.
번호표를 뽑다가 채혈을 수집하러 나온 직원한테 왜 이렇게 사람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월요일 새벽이라서 그렇단다.
토요일 일요일은 채혈을 안 해서 못한 사람들이 월요일에 몰려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순서를 기다려야지 돌아갈 순 없었다.
진료를 준비하는 2층의 각 진료실과 검사실을 기웃거리며 둘러보았다.
여러 군데를 돌았으니 시간이 제법 가서 채혈실로 슬슬 가봤더니 한참 더 기다려야 하는 순번이었다.
본인을 비롯하여 환자들에게는 안 할 소리지만 할 거는 병원밖에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코로나 때문에 일을 못 했다며 제법 괜찮을 거 같은 장사나 업체도 손실보상금을 받는다고 아우성치는데 여기는 문전성시로 아우성 일보 직전이니 아우성도 아우성 나름이다.
거기도 그랬다.
모인 주선자들이 맛집이라고 그런 곳을 선택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지난주 하루 한 건 정도인 모임에서 번호표를 들고 문 앞에 앉아서 기다리는 긴 행렬을 본 식당이 반 이상이었다.
그 분야 신들의 전쟁인지 모르겠으니 다들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밀려오는 손님 때문에 OXX 못 가릴 정도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움직이는 곳도 있다.
되는 집은 되는 것이다.
그게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가 있고, 그러기까지는 피눈물 나는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것은 불공평이 아니라 공평하다는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개중에는 죽을힘을 다하여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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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