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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설거지

by Aphraates 2022. 7. 30.

설거지하는 거다.

뒤치다꺼리하는 거다.

O 싸놓은 거 치우는 거다.

영 안 돌아간다.

죽을 맛이다.

망했다.

 

설거지해라.

밥 잘 먹었으니 설거지라도 해야 한다.

뭘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그거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대로 놔둬도 잘 돌아가는데 무슨 소리인가.

O인데 왜 치운다고 야단인가.

살맛 난다.

망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그런다.

잘하자고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 만나기만 하면 으르릉거린다.

양쪽 골대로 유효 슛 한 번 못 날리고 서로 헛발질을 이어간다.

맨땅에 헤딩하거나 공은 저만큼 굴러가는데 뒤따라가느라 진땀 흘린다.

반칙 태클에 악마의 발톱처럼 쇠꼬챙이를 허리춤에 숨기고 나온다.

처음부터 경기에는 관심이 없고 트로피와 상금에만 몰두한다.

경기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 수준 이하로 형편없다.

선도, 감독도, 구단주도 제로 빵이다.

 

관중은 분노한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애국애족 호소에 무슨 O 풀 뜯어먹는 소리냐며 네들이나 잘 하세요로 무시해버린다.

어지간하면 잘 참아내는 데 인내의 한계에 이르는 듯하다.

이건 누가 상전이고 누가 하인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잘하라며 희망의 판을 만들어줬는데 그 모양이니 화가 날 만도 하다.

입장권 반환하라고 야단이다.

개념 없는 존재들 하나에서 열까지 확 뒤집어 다 바꾸라고 아우성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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