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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지하 주차장

by Aphraates 2022. 9. 7.

살고 있는 향촌(鄕村) 아파트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다.

입주 당시에는 충분했는데 지금은 주차 공간이 좀 부족하다.

어떤 때는 이중 주차된 차들 때문에 좀 불편하긴 하나 지하를 이용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는 더 그렇다.

지하가 지상보다는 어둡고 분위기도 안 좋다.

그래도 혹한과 혹서, 폭설과 폭우일 경우에 차도 보호하고, 안전한 느낌이어서 거기를 고집한다.

 

향촌 아파트는 입주한 지 30여 년이 돼 간다.

주차장은 지상과 지하 1층으로 되어 있다.

지상과 지하 주차 대수는 비슷하다.

입주 당시로서는 잘 구비된 신식 주차장이었나 지금은 좀 구식이다.

신설 아파트들처럼 지하 몇 층이거나 여러 동을 합쳐서 만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것이 아니고 동 단위 별로 돼 있는 편이다.

 

지하 주차장은 비교적 청결하다.

배수도 잘되고, 습기도 안 찬다.

비가 아무리 와도 물이 배수구에 고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쾌적하고 안전한 지하 주차장이 된 것은 시공 품질이 잘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아파트 위치가 주변 지대보다 약간 높은 고지대라는 것이다.

아파트 자리는 원래 군부대 자리였다.

충남북 위수사령부인 육군 3관구 사령부 헤드쿼터(Headquarter, 본부)가 있던 나지막한 산이었다.

산을 깎아내 절토(切土)하여 건설한 아파트라서 지대가 좀 높아 지반이 견고하고 배수가 잘된다.

듣기로는 여기서 흙을 파내어 저 아래 NH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성토(盛土)했다고 했다.

 

그런데 앞으로 지하 주차장도 조심해야겠다.

지하 주차장은 여유가 있어 남아있는데 왜 중앙 통로나 지상 주차장 모퉁이에 주차하여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드냐고 주민 의식이 모자란다고 비난하는 것도 삼가야겠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겠다.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지고, 접시 물에 코 박고 화를 당할 수가 있다는 말을 가벼이 넘겨서도 안 되겠다.

 

얼만 전에는 천안 지하 주차장에서 변고가 있었다.

영세 업자로서 손 세차하던 사람들이 일으킨 실화로 인하여 수많은 자동차가 화재를 당하거나 파손되어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포항 지하 주차장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태풍 힌남노의 여파다.

차를 지상으로 이동 주차하려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던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폭우와 홍수로 실종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좀 더 있어 봐야 밝혀지겠지만 예상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해괴한 참극이다.

 

길흉(吉凶)은 예고가 없다.

잠에서 깨어 등불을 켜놓고 준비하고 기다려도 부지 부식 간에 찾아온다.

길은 그럴지라도 흉은 안 그랬으면 하고 바라지만 흉이 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는 모습으로 갑자기 다가온다.

불안하다.

앞으로 하늘이 무너질까 봐, 땅 꺼질까 봐 어떻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인지 두렵다.

그래도 유비무환(有備無患)밖에 없다.

사람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어포켓을 이용하여 버티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생존자들에게는 하루바삐 악몽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끝내 유명을 달리하여 발견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해주시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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