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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개근상

by Aphraates 2024. 5. 31.

우수상, 모범상, 공로상, 장려상, 선행상, 효행상, 개근상, 동창회장상, 교장상, 교육장상, 교육감상, 시장 군수상, 도지사상, 장관상, 국회의원상, 국회의장상, 대법원장상, 대통령상. 훈포장......,

학교 구분(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 따라 다르고, 학교 규모와 위상에 따라 달랐지만 졸업 시즌이 되면 학교에서 주는 영예로운 상이 많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미당 선생은 변변한 상이 없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 개 있긴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된다.

능력이 출중하지도, 요령이 좋은 것도 아니었으니 상이 없는 것이 맞다.

남들보다 그렇게 뒤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남달리 뛰어나게 학업이 우수하거나 품행이 방정한 것은 아니었다.

상도 부익부 빈익빈이 아니었나 한다.

우리나라 학교와 학과 넘버 쓰리(#3)안에 드는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에 간 초등학교 동창 G 같은 경우는 상을 너무 많이 받아 누군가 대신 상장과 상품을 들어다 줄 정도였다.

그러나 그 바로 아래 그룹에 속하던 미당 선생은 상품으로 연필 한 자루 받기도 버거웠다.

 

결석만 안 했어도 받는 개근상 하나도 제대로 못 받은 것 같다.

라떼 세대 학생들은 결석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웬만하면 개근상은 받았는데 초등학교 6, 중학교 3, 고등학교 3년 개근상은 고사하고 1년 개근상도 없었던 것 같다.

좀 부끄러운 일이다.

개근상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

이것도 상인가 하고 시큰둥한 학생들한테 선생님께서는 개근상은 상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 중의 하나라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당시에는 공부도 못 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못난이들 응원하시려고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살다 보니 선생님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학생이면 학생답게 학교에 빠지지 않고 다닌 것만도 잘한 것을 넘어 훌륭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것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개근상을 받는 착실함만으로는 험하고 고단한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

개근상을 타면 기가 살아야 하는 데 반대로 쪽이 팔린단다.

급기야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개근거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여행 등 교외 체험 학습을 가지 못하고 학교에 빠짐없이 출석한 아이들을 비하하는 말이란다.

결석은 결석이지만 선행 학습이나 현장 체험 등으로 인정하여 결석 처리를 안 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생각할 때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별 불만이 없겠지만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는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픔이 아닐까 한다.

부익부 빈익빈이 거꾸로 돌아가는 현상이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빈부 격차와 갈등의 문제인데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5월의 끝날이다.

우수상과 함께 개근상 정신으로 밀어붙인 날들이었다.

어제는 1년 반 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336MW ESS 설비의 계통 연계 충·방전을 2시간에 걸쳐 실시했다.

대성공이었다.

발주처, 운영처, 감리단, 시행사, 협력사 관계자분들이 서로 수고하셨다고 축하 인사를 나누며 밤늦게 불 꺼진 어두운 현장을 나서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본격적인 상업 운전에 들어가기 전에 앞으로도 한 달 여 동안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

처음 시작할 때만큼이나 긍정적이고, 열심이고, 의욕적이고, 저돌적이어서 순조롭게 잘 되리라고 확신한다.

 

바빠도 또 할 일이 있다.

, 나아가자.

오늘 저녁은 윤+++김이 함께 하는 대청호(大淸湖).

, 나아가자.

내일 낮에는 동학사 넘어가는 삽재 고개 아래 갑동 고을 문화동 사람들신선놀음 터로.

, 나아가자.

모레 아침은 갈마동 성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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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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