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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소낙비

by Aphraates 2024. 8. 24.

김유정의 소낙비였으면

황순원의 소나기였으면 소설의 애증으로 잘 어울렸으련만......, 그러지 못 해 유감이다.

소낙비가 지나는 거 같다.

무더위나 장에서의 소낙비가 아니라 내 안의 소낙비다.

 

남원 대형 프로젝트가 끝났다.

바로 이어서 소속 감리사를 퇴사하고 당일 부로 새 감리사에 입사했다.

예견되고 정해진 것들이었으나 몰아치는 소나기 같았다.

중간 중간에 벼락도 내리쳤다.

폭풍도 일었다.

한 손에는 자판기 캔 커피를 들고, 다른 손에는 어깨에 멘 가방을 멘 쪽의 손으로 전화기를 귀에 대고 통화를 하고, 단단히 조여맨 허리띠는 먹은 게 부실해서 그런지 줄줄 흘러내려 멈칫거리며 치켜 올리고, 눈알은 사방팔방으로 돌리며 주변을 살피고......, 쌍방울 요령소리 요란한 그림이었다.

청양 벌터와 예산 불원리와 대전 향촌도 덜 안녕이다.

역대급 무더위에 이열치열이라도 하듯이 눈과 서리로 이어진 설상가상의 엎친 데 겹친 격이다.

 

그래도 용하다.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지는 것에 일정 수준 대응하고 있다.

극복하기도 하고, 참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면서 나름대로는 시의적절한 응전을 구가하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실감됐다.

 

지난(至難)의 시간은 이어진다.

언제 그를 벗어나 두 다리 쭉 뻗고 자게 될지 기약 없다.

그러나 두렵거나 무섭진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나에게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겨 즐길 순 없지만 피하여 모면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일당백은 실현성이 없을지라도 그에 치어서 오그라들 순 없다.

밞으면 꿈틀하는 토룡(土龍)처럼 수동적으로 나설 것이 아니다.

무슨 낌새면 감지되면 보이면 자기 몸의 몇 배를 뛰는 청와(青蛙)처럼 능동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아니, 최선을 다 해야 겨우 현상유지를 하지 안 그러면 저물어가는 해에 기대어 낙후되고 도태되고 말 것이다.

 

어제는 문화동(文化洞) 학교 불공정 대전 동문회가 있다.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하는 데 얹히게 되어 다행이었다.

동문들과 어울려 소맥폭탄 몇 개 투척하며 정다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주와 추석 전 주는 내내 이수해야 하는 의무교육 일정이 잡혀있다.

추석을 쇠고 나면 본격적으로 활동 재개를 해야 할 텐데 미뤘거나 하지 못 했던 일들과 모임을 소화해내기 버거울 것 같다.

어렵더라도 완벽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이따금씩 번개 팅도 괜찮을 것이다.

 

소낙비는 피해가라고 했다.

바람이 세면 고개를 숙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그대로 다 실천 못 할 수도 있다.

상황이 그러면 처신의 묘를 살리는 게 좋을 것이다.

소낙비를 맞고 바람을 안을지라도 거뜬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 하자는 각오인데 오케이바리를 외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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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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