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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상전벽해란 말이

by Aphraates 2024. 9. 27.

보령 살이를 준비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조만간에 나올 것이다.

그 때 가서 선결되어야 할 여러 문제들로 인한 혼선을 피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보령은 친숙한 곳이다.

고향 청양의 인접한 곳이자 처가 동네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온 게 1966년 공주 유학 때부터다.

어른 시절 1977년 불공장에 입사하여 고향 지역에 근무하다가 대전으로 전출한 게 1991년이다.

그 이후로 잠시 대천변전소로 발령받아 1년 미만을 근무하다가 대전 지역으로 컴백하여 보낸 세월이 33년이다.

처가가 정리되고 서울로 이사한지도 30년이 넘었지만 아버님과 어머님 선영이 있어 기회가 될 때마다 들려 인사를 드리곤 한다.

 

보령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인연의 끈이 깊다.

그러나 헤어지면 그리옵고 만나면 시들하다는 하다는 노랫말처럼 좋은 줄 모르고 지내던 서해안 소도읍인데 거기로 가 삼년 살이를 하려고 준비를 하노라니 감개무량했다.

많이 달라지기도 했다.

전에 대천 해수욕장이나 어항이나 서해안 해변을 가려고 오가던 대천 시내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옥마산 자락과 대천 시내 일원 그리고, 시 외곽 해안에 위치한 불공장 지대와 갈매못 성지와 오천 항은 상전벽해란 말을 실감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대천 출신인 데보라도 전에 다니던 길이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많이 변했다면서 신기하다고 감탄을 했다.

 

경인 지역 아래로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를 가릴 거 없이 침체됐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인데 보령은 경인 지역만큼은 아니어도 활력이 있어 보였다.

왜 그렇게 번성하는 것인지 생각해봤다.

보령은 성주 저질탄 탄광이 폐광되고서부터는 주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천 해수욕장과 어항을 통해 간신히 현상유지를 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곳인데 일어나는 기운이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추측할 수 있었다.

역시 서해안 고속도로 등 교통의 발달로 서울과 가까워졌고,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인 중부발전() 본사와 대규모 보령화력 단지가 대천 활성에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을 것 같았다.

 

사택을 구하는 데도 힘들었다.

인터넷으로 임대 문의를 했다.

1.52.0, 신축, 조용하고 깨끗한 지역, 대천 성당이나 동대동 성당 인근, 시장가기 수월한 곳, 보증금 000에 월 임대료 00, 보려 화력 출퇴근이 용이한 곳, 임대기간 3......, 조건을 제시하여 몇몇 공인중개사한테 보냈더니 통 답이 없었다.

답답해서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느냐고 전화를 해봤더니 집이 가뜩이나 부족한 현실에서 그런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 필요하다면 와서 직접 짓고 사는 게 나을 것이라는 투로 말했다.

다급해졌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이러다가 모텔 신세를 지는 게 아닌가 하고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외가 조카한테 사정 이야기를 하며 sos를 쳤다.

연락을 하고 몇 시간 후에 조카한테서 연락이 왔다.

당숙께서 원하시는 조건에 가까운 집이 하나 있는데 임대료에서 차이가 있으니 협의해보시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할 것도 없었다.

용전동으로 가 전에 같이 근무하던 서() 과장님을 만나 서류 처리를 부탁했다.

30여년만의 해후였다.

얼마나 반가운지 두 손을 꼭 잡고 가정사, 회사, 최근 동향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함께 하던 선후배들은 거의 다 떠나고 아는 후배도 없어 서 과장을 찾았다며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고 부군과 애들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둔산 C아파트에 살고, 애들 아빠는 다닌 던 곳에 계속 다니고, 큰애는 26살에 직은 애는 24살이라며 웃었다.

나는 지난 2012년에 정년퇴임을 하고 아직도 이러고 다닌다며 명함을 건넸더니 얼마나 좋으냐며 건강하시게 잘 다니시라고 하였다.

내가 OO부 사무실에 들어가 서류를 전달하기가 불편해서 그러니 이 서류 좀 모모한테 전해주고 문제가 있으면 연락해주라고 하였더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하여 고마웠다.

 

용전동 일이 끝나자마자 사택과 임지(任地) 현장 답사를 위하여 대천으로 내뺐다.

100km, 2시간, 대전 당진 고속도로-서공주 나들목-36번 국도로 간다는 네비 아가씨의 안내였다.

적정한 위치의 적정한 집을 가계약하고는 해안도로로 11kmᅟᅳᆯ 달려 보령화력을 한 바퀴 돌았다.

단지가 얼마나 큰지 달리고 달려도 맨 보령화력 출입구라는 안내판이 있을 정도여서 어디가 어딘지 감 잡기조차 힘들었다.

청양에 근무할 때 1-6호기 가 운전 중일 때와는 전혀 다르게 큰 발전단지가 돼 있었다.

데보라는 언덕 위에서 발전소 안을 내려다 보면서 근심스런 표정이었다.

저렇게 크고 넓은 곳에 가서 근무하려면 힘들겠다는 걱정이었다.

삼천포하고 거의 비슷하니 걱정할 거 없다며 안심시키고는 고향에 대한 좋은 기억만 떠올리며 재밌게 한 삼년 잘 살아보자고 했더니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저녁에는 무주 농장에 가 있는 요한 대자만 빼고 순댓국으로 소맥폭탄 작전을 펼쳐 보령 출장 보고회를 가졌다.

온종일 동동거리고 다녀 몸이 피곤했는데 소맥폭탄 몇 개 터트리고 나니 거뜬해져 다행이다.

오늘은 도안지구에서 칠갑산 핵교 출신 대전 아그들과 내일은 문화동 동문 선배 자혼이 있어 참석해야 하는데 소맥폭탄은 정중하게 시양해야겠다.

잘못하면 수류탄이 아니라 대형 폭탄이나 오발탄이 되어 우흉증이 일 염려가 있어서다.

 

https://youtu.be/SK3LFFfWKNY?si=gOftiljnnBgvchIZ

MV | 이승철 (Lee Seung Chul)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OST,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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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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