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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곰이

by Aphraates 2024. 10. 1.

좌향기성(坐享基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더니......,

24k 순도는 아니어도 18k 순도 황금연휴 격인 징검다리 연휴다.

그런데 특수는 국내에서가 아니라 해외로란다.

내수 진작은 효험이 적을 듯하다.

아무래도 그게 좋으니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겠지만 닭 쫓던 O에 죽 쒀서 O준다는 실망감이 따라붙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것 보세요, 왜들 그러세요.

우리 함께 살도록 하시지요.

그 양반, 왜 이러세요.

양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러나 남이 전봇대로 이를 쑤시던, 요강으로 꽈리를 불던 관심 끄세요.

뭐 보태주거나, 뭐 방해라도 됐나요.

 

외국으로 어려운 발걸음 할 거 없다.

집안에서 또는 가까운 산과 들에서 천고마비 좋은 날에 펼쳐지는 전투기 쇼와 시가행진을 관람하며 치맥 한 잔 걸치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 보다.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밖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뭐냐고 하면 라떼도 아주 삭은 라떼라면서 말도 안 섞으려 한다.

그런 것이 꼴 보기 싫고, 그런 차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고픈 것을 의기양양하게 해 보건만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지고 쓸쓸하다.

 

칠갑산 자락 청양 읍내 건너편 청수리 40년 지기인 청우회(靑友會) 형제자매님 회동이 관저동 정치망(定置網)에서 있었다.

두 분이 참석치 못하시어 좀 서운했지만 화기애애했다.

혈기왕성하던 30대 초반의 청춘들이 환갑 진갑 다 지나고 칠순에 이어 팔순을 향해 가고 있는 늙수레한 모습이 안타까웠다.

누구는 그렇게들 곱게 나이 들면서 즐겁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고 존경스럽다고도 하지만 그게 칭찬인지, 위로인지, 응원인지, 폄하인지 모르겠다.

흰머리와 굵은 주름은 늘어가고, 힘도 빠지고, 아픈 데도 자꾸 생기고, 의욕도 약해지고, 호주머니와 입은 가벼워지고, 삼겹살 1인 분도 해결하지 못 하는 것이 서글프다.

 

참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는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팡파르에 씩씩하게 가두 행진하는 모습이 아니어도 좋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고 미소를 지으며 혼자 천천히 걸어가는 묘미와 유의미함도 크다.

넉넉하진 않지만 돈 꾸러 안 다니고 밥 안 굶고 잘 걸어 다니니 그게 곧 평범한 사람을 살아가는 사람의 행복이라 여긴다.

그러나 크게 해피하진 않다.

나름대로의 여유를 여유로 느끼지 못 하고 뭔가 미련이 남아 자꾸 뒤를 돌아보는 자신이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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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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