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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방도, 타도

by Aphraates 2024. 10. 8.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

새로운 임지에 갖고 갈 살림살이, 치과 진료, 집안과 서재 정리, 밑반찬과 양념류, 작업복과 외출복과 속옷, 자유롭게 만나기 어려운 분들과의 회동 및 인사......,

해도 해도 자꾸 나온다.

완결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간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해 나가고 있다.

 

어제는 은행 정리를 했다.

자잘한 것들이다.

친절하고 상냥한 창구 여성 간부의 안내와 권고를 받아가면서 1시간 넘게 마주 앉아 정리했다.

이자나 배당 소득이 거기가 거기여서 별로 신경 쓸 거 없다는 생각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둔 게 적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갔다.

방치하다시피 한 것을 정리하는 데 전문가 보기가 좀 미안했다.

무심했다는 후회도 됐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유리한 상품으로 바꿔주는 담당자가 고마웠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고 저축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이 나이에 투자를 할 것도 아니고, 저축을 할 것도 아니고, 물 쓰듯이 펑펑 쓰거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 형편도 아니기에 오히려 더 한 방()과 한 타()를 기대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전기 요금이나 전화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이 비싸니 챙겨야 한다느니, 전단지에 끼어 있는 쿠폰을 알뜰살뜰 챙겨 모았다가 쓴다니, 각종 포인트를 활용하여 생활에 보탬이 된다느니, 무료로 제공하는 것들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느니 하는 것은 체질에 안 맞는다.

또 그럴만한 시간적이고 물리적 여유도 없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만 놓친 작은 고기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한 방과 한 타는 바라지 않는다.

그런 것도 능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다.

능력이 일천하니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게 속 편하다.

아메리카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나, 일거에 팔자가 뒤바뀌는 파워 볼과 잭팟이나, 로또와 고급 빌라 분양권 당첨 같은 무지갯빛 행운은 아무리 눈이 멀었을지라도 나에게로 올 리가 없다.

처음부터 생각을 안 하는 게 좋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장난하다 애 배는 수가 있다.

팍팍한 살림에 반찬값이나 벌겠다고 증권 객장에 앉아 있다 계꾼들을 따라다닌다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언제 집을 장만하겠느냐며 나무 몇 그루심어 놓은 허허벌판에 프랭카트 걸어 놓고 개발한다며 허풍 떠는 기획 부동산 투기꾼들에 휩쓸린다거나, 여기에 투자하면 원금에 은행 이자의 따따블 이상을 보장한다는 사기꾼 꼬임에 코가 꿰인다거나, 이래 못 사나 저래 못 사나 가난뱅이기는 내내 마찬가지라며 구릿덩어리 값도 안 되는 가상화폐에 올인 한다거나, 내가 급해서 그러니 며칠만 쓰자는 간절한 부탁에 마지 못 해 보증서고 빌려줬다가 전 재산 먼지처럼 날아간다거나......,

돈은 어렵게 벌리는 것이지 그렇게 쉽게 벌리는 것이 아니다.

그를 안다면 그리 가벼운 처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방도 싫다.

한 타도 싫다.

그렇게 야망이 없고 포부가 약해서야 어디다 써 먹겠는가.

아니다.

견물생심 했다가는 결단 나는 수가 있다.

테스, 너 자신을 알라.

그렇게 치고 날릴만한 그릇이 못 되고, 역량이 안 된다.

못 되고 안 되는 것을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섰다가는 그 기상이 갸륵한 게 아니라 그 기품이 초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어 붙인다면 바보이거나 미친 사람일 것이다.

 

<"치킨값 벌려다 무슨 일"코스닥 개미들 단체 '멘붕'> 이라는 기사가 지난 날 소줏값 벌려다가 쌍코피 흘린 쓰라린 경험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투자하는데 보태준 거 있냐.

누구 돈 터져서 약 올라 죽겠는 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냐.

그리 욕할지 몰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늦지 않은 것이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삶의 지혜와 슬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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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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