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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체질에 안 맞을 텐데

by Aphraates 2024. 11. 12.

세월에는 장사 없다더니......,

 

시간이 가면서 더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개는 누렇게 때깔이 변한다.

사람이 그렇다.

아파트도 그렇다.

입주 당시에는 좋은 자재를 써서 잘 지었다고 소문이 자자한 향촌 아파트였는데 삼십 여 년의 세월이 지나자 문제가 하나씩 발생하고 있다.

외장은 최근에 지금 유행하는 검정과 회색 계통 색으로 도장을 해서 새 아파트나 다름없어 보이지만 속은 좀 다르다.

큰 것은 아니나 사소한 것들이 불거져 나온다.

삼십 년이 넘는 이력이 말해주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자동차처럼 잔고장이 발새하기 시작하면 새 차로 갈아타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같은데 그런 성향이 아니고 그럴만한 충분한 여유가 없는 게 문제다.

화롯가에 엿 붙여 놓은 것처럼 향촌을 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있으니 누굴 탓하거나 뭘 바랄 형편도 아니다.

 

누수가 발생했다.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었다.

다른 이들로부터 누수 이야기를 들어도 남의 일로만 알고 신경도 안 썼다.

그런데 막상 당해보니 성가시럽다.

얼마 전에는 우리 집 배관이 이완되어 아랫집에 민원을 야기하더니 이번에는 리모델링한 윗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수가 좀 되어 우리 집이 피해자가 됐다.

 

비전문가가 아무리 봐도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누수 확인을 요청했다.

담당하시는 분 두 분이 오셔서 점검에 들어갔다.

점검구를 통해 라이트를 비추고 만져가면서 요모조모 살펴보더니 전에 누수가 된 흔적은 있지만 지금은 별다른 징조가 없다고 하였다.

이상했다.

어제 분명 안 방 화장실 외측 방향 벽면에 물이 흘러 훔쳐냈는데 지금은 괜찮다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벽면 일부만 그런 걸 봐서는 또, 온도 상으로 봐서도 결로현상은 아닌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일단은 문제없으니 누수 현상이 다시 보이면 연락하여 조치하기로 하고 점검을 마쳤다.

윗집에도 그 사실을 알리고는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다고 했다.

 

점검이 끝나고 두 영선 기사님들이 나가시다가 이야기를 하셨다.

많은 책이 있는 책장과 피시와 노트북을 보니 전에 공직 같은 곳에 계셨던 것 같다며 어디에서 근무하셨냐고 물었다.

한국전력에서 전기 기술직으로 정년퇴직했다고 하였더니 깜짝 놀라며 우리 과장님도 한전 출신이라고 하셨다.

아파트 시설과는 전기직이 주로 맡는 보직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알 것 같아 누구냐고 물었더니 김OO 과장님이라고 하셨다.

깜짝 놀랐다.

1990년대 초 문지동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다.

우리보다 연배가 아래이고 직군도 발전 직군이어서 업무적으로 가깝지는 않았으나 직장 내 천주교 교우 모임인 성심회(聖心會)에서 함께 있었기 때문에 자별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반갑고 의외였다.

 

알고말고요, 잘 압니다.

아파트 시설과장이 체질에 잘 안 맞을 텐데 고생하시겠다고 하였더니 좀 그런 측면이 있다는 전언이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관리사무소에 가서 만나봐야겠다고 하였더니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하셨다.

 

두 분이 가시고 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연구직에다 퇴직 시에는 어느 정도 직위도 있었을 텐데 그런 현업에 나오시다니 좀 걱정이 됐다.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업무 적응도 그렇고, 대인 관계도 그렇다.

미당 선생이 일반 사업소인 대전 전력에 있다가 특수 사업소인 전력 연구원으로, 특수 사업소에서 다시 일반 사업소로 나왔을 때 한 말이 있다.

화이트칼라인 연구원에 비하면 블루칼라인 사업소는 노가대라고 했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이라는 한 조직이지만 업무 영역에 따라 그렇게 차이가 있었다.

양지와 음지로 구분할 것은 아니나 일반 사업소나 본사에서 볼 때 연구원은 외방지대같은 사업소였다.

 

퇴직 후도 좀 다르다.

연구직은 동종 분야인 전기 분로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이나 연구 계통 같은 곳이 대부분인데 문이 좁다.

때문에 재취업을 해도 연구와는 성격이 다른 업무 분야를 해야기 때문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는 데도 제한적이다.

 

반면에 일반 송전/변전/배전 직군들은 재취업하기가 비교적으로 수월하다.

필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전기 정통 분야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특수 직군이나 사무직 OB들은 갈 곳이 마땅치가 않다.

전문직으로서가 아니라 비저문직 알바 개념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는 서자 홍길동 신세처럼 돼 있다.

그래서 적자가 되기 위하여 전기기사나 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노학동(老學童)으로 불철주야 수고가 많은 것이다.

 

OO, 체질에 안 맞을 텐데......,

그래도 다행이다.

내 맘에 꼭 드는 자리가 아닐지라도 자리를 잡았다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 부딪히고, 퇴근 후에는 생경한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소맥 폭탄 날리는 것은 최상에 가까운 차상이 아닐까 한다.

돈이 안 중요한 것은 아니나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복일 것이다.

 

여기 이 사람, 군대 체질이 아닌디.

얼씨구, 누군 체질이 맞아서 한다니.

신상 볶아봐야 더 괴로우니 잠자코 묵묵히 하그라.

 

OO.

조만간에 만나 밥 한 번 같이 하십시다.

그리고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보며 환하게 웃으십시다.

누구이고 무엇이든 간에 내 체질이다 하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콕 박힌 그대를 노래하십시다.

 

https://youtu.be/9zeE0EufMQU?si=Tp3l-ZdeS6j0jNKf

오은주 - 콕 박힌 그대 | Cover by 문초희 (Moonchohee) | 트로트 커버영상 Ep.07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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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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