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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손때 묻은 것이

by Aphraates 2024. 11. 14.

전주(全州) 본사에 인사를 다녀왔다.

보령 투입 감리원 이사님들께서도 동행하셨다.

업무협의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첫인사는 그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옛날식으로 하고 싶었다.

대표님과 관계자들께 인사를 드리고 업무 협의를 마치고 점심도 푸짐한 전주 식으로 잘 먹었다.

내려가는 중에 계약 대상자로 최종 확정되어 계약을 한다는 전문도급 S사의 대표님과 현장소장님과 관련 임원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우리 즐겁게 역동적으로 일하자고 sns상으로 바쁘게 도원결의를 하여 업된 상태가 그대로 이어져 감리 소속사와도 화기애애한 수인사(修人事)였다.

 

현장에서 필요한 몇 가지를 받으면서 묵직한 새 노트북도 하나 받았다.

관계자분한테 용량이 충분하고 성능이 우수해야지 안 그러면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하였더니 이 정도면 충분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많은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피시나 인터넷이 버버거리면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사무실이나 지원 파트에서는 아무래도 현장감이 좀 떨어져 이 정도면 될 거다 하고 준비해주지만 실제로 쓰는 입장에서는 안 그렇다.

시급성과 중요성엣 약간의 괴리감이 있다.

계산상으로 600 기가(giga)면 충분하더라도 실제로는 1000기가 이상이 돼야 돼야 안심이 되고 흡족하다.

 

집에 와서 새 노트북을 작동시켰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2020년 형 피시/노트북하고 시스템은 거의 비슷하다.

용량이나 성능도 많이 업그레이드 됐다.

그런데 영 어색했다.

사용에 익숙해지려면 한 참 걸릴 거 같았다.

많은 데이터도 새 노트북으로 업로드해야 할 텐데 잘 되고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세대의 아픈 구석이다.

좀 노력하면 바로 익숙해지겠지만 그게 싫고 두려움도 있는 것이다.

한 참을 주물럭거렸는데도 손때 묻은 시스템과는 달랐다.

잘 안 돼서 하다가 말았다.

그리고는 차 한 잔 마셔가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통째로 보령으로 들고 가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운반하는데 불편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지 못 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일을 어떻게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니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고민할 것이 없다.

스마트폰이고 노트북이고 다양한 성능이 있고 용량이 큰 좋은 것일지라도 최대한 활용하기는커녕 그 반에 반도 못 쓰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이나 뒤진 사람이나 마찬가지일텐데 손때 묻어 팡팡 잘 돌아가는 놈이 훨씬 유리할 것 같다.

 

구 버전 그러나, 골동품 수준은 아닌 현재 사용하는 것을 사용하고 뉴 버전은 일단 갖고 가서 익숙해질 때까지 트레이닝을 해야겠다.

유전 개발로 떼돈을 벌은 사막의 나라에서 원주민인 유목민한테 서양 선진국에서도 부러워 할 정도인 5성급 호텔 수준의 아파트를 져서 무상으로 살라고 줬더니 나중에 가보니 아파트에는 양과 낙타를 키우고 주인장은 사막 텐트 안에서 살더라는 웃픈 일화가 재현되는 그림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가 편하면 되는 것이다.

이웃에 피해나 불편를 주며 누를 끼치지 않는다면 굳이 내 편한 것을 포기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돼지 코에 진주 목걸이라던가 줘도 못 먹는다는 자책을 해보기도 하지만 가슴을 치며 통탄할 정도는 아니니 생각대로 밀고 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듯하다.

 

사람이 구식이다 보니 다른 것도 구식이 많다.

인사도 구식, 인사가는데 맨손으로 가는 것은 뒤통수 가려운 것이라며 음료수 박스라도 들고 가야하다는 것도 구식, 몇 년 만에 한 밤늦게 마친 김장도 구식, 점심을 싸 가도 다녀야 하고 고민하는 현장 실정도 구식, 무슨 안건만 제시되면 총알처럼 튀어나가야 하는 성질머리도 구식, 잠시 쉬는 동안에 무거워진 몸을 만들기 위하여 굶자는 식의 다이어트 구식, 쓰지 않는 책 한 권을 폐지로 버리면서 요모조모 살펴보는 것도 구식, 아주 이사 가는 것은 아니나 잠시나마 떠나는 것이 아쉬워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여러 번 한 송별회도 구식,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니 소맥폭탄은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고 바람 잡는 것도 구식, 부자는 더 돈을 못 쓰는 것이라며 빈자 주제에 호주머니 탈탈 털어내야 속이 시원한 것도 구식, 형님 차 도대체 몇 년을 타는 것이냐며 안전하고 편안한 차롤 갈아타라고 성화인 것을 무시하고 멀쩡한 데 왜 그러느냐며 아직 멀었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구식......, 온통 손때 묻은 구식 투성이다.

그런데도 신식 못지않게 잘 돌아가고 있으니 그게 신통방통이다.

 

구식은 구식일지라도 이런 점은 감안을 해야 할 것이다.

활로 대적하다가 왜구나 오랑캐 조총에 밀려 의주까지 피난을 간 조선 임금 선조의 피난과 인조의 삼전도 치욕이나 창으로 방어하다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중대급 스페인 부대에 파죽지세로 밀려 남북 아메리카를 통째로 내준 인디언이나 원주민들의 완패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지 그마저 부인하면 정말 큰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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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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