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잠이 깨어 책상 앞에 앉았다.
좀 이른 시간이긴 했으나 어젯밤에 소맥폭탄 작전을 하고나서 푹 자서 그런지 개운했다.
수능 추위가 없는 대신에 끝나고 나니 기온이 급강한ㄹ 거라는 예보가 있었는지라 먼저 기상청 사이트를 열어 대전과 보령의 단기예보를 확인했다.
보령 기준으로 온도는 최저 1℃에 최고 7℃, 바람 6-8(m/s), 맑음으로 약간 추워진 것을 빼면 걱정할 날씨가 아니었다.
대전은 바람은 보령보다 잔잔한 데 최저 기온이 –2℃로 오히려 내륙이 해안보다 낮았다.
날씨는 그 정도면 현장 출근과 업무에 문제가 없을 테고 하루 일정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재와 창문 사이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부나 하고 내다봤더니 그건 아니었다.
소리가 안 나서 그런가보다 하고 다시 책상에 앉았는데 바시럭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뭔가 하고 다시 틈새를 살펴보니 시커먼한 것이 푸득거리다 멈췄다 하는 것이었다.
언 신축 아파트 천정에 쥐가 다니는 민원이 발생했다더니 재수 없게 그게 아닌가 하고 랜턴을 켜서 살펴보니 나방인지 나비인지 모를 것이었다.
청천 벽력같았을 쥐새끼는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침입자를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섬멸하려고 준비를 하는 동안에 조금 푸드덕리는가 싶더니 어디론가 날아가 안 보였다.
소리도 전혀 안 났다.
사람으로서는 좁은 공간이지만 그 미물로서는 넓은 공간으로 숨을 데가 많을 것이다.
살사 달래보았다.
얘야, 어디 숨었니.
잘 해줄 테니 얼굴 좀 내밀어봐라.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내기 그런 소리에 한두 번 속아본 것도 아니고 어림도 없으니 포기하시지요 하고 약 올리는 것 같았다.
걔가 숨어서 안 나온다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새벽부터 달그락거리며 색출 작업을 할 순 없다.
나타나라고 처분만 바랄 뿐이었다.
언젠가는 미물이 나와 잡히거나 현고학생부군하여 처치가 되겠지만 우선 당장은 그 얄팍한 기싸움에서 밀렸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겠으니 반갑지 않은 미물과 동거하게 된 것이 찜찜하다.
팍 해결을 해버려야 개운할 텐데 미물이 꼬장부리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에 안착하여 식구를 더 불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디, 바람이 부나.
아니오, 접니다.
성가시럽게 여기시겠지만 저는 저대로 살아야만 하니 너무 신경 쓰시지 말도 어르신신은 어르신 대로 편안히 사세요.
알았다, 화내고 야단법석떤다고 해결될 사안도 아닌 듯 하니 일단은 내가 물러서는데 그게 오래 갈 거라고 생각진 말아라.
자수해서 광명 찾고, 마지막 갈 길을 가는 게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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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