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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천천히

by Aphraates 2025. 9. 15.

완급 조절은 필요하다.

그도 순서에 맞아야 한다.

뒤바뀌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첫째가 둘째 된다거나 처음과 끝이 반대로 되면 안 하니만 못할 소지가 다분하다.

발상의 전환으로 변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묵은 술이 광술이라고 그대로 두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미당 선생은 비교적 팔딱팔딱하는 성질이다.

생각나면 후다닥 해치워야 하고,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속이 시원하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판단하고 나서 그런다.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기분 내키는 대로 저질렀다가 쌍코피 흘린 적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당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인데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고 익히는 것도 많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인데 잘 안되는 것은 한계다.

 

 

어제 저녁밥 퐁당 뼈다귀 집에서 소맥 폭탄 작전을 펼쳤다.

옆에 있는 스타OO 커피숍에서 작전 평가와 정담도 나눴다.

긴급 작전치고는 성공적이었다.

출근 전날에 대천 임지로 안 가고 눈치 살피며 뭉그적거리다가 펼친 작전이 멋졌다.

어쩌면 계획된 작전보다는 번개 작전으로 신속하게 빨리빨리 펼친 작전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것이 있다.

한 가지 좋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가 안 좋은 것이, 역으로 하나가 안 좋으면 반드시 다른 좋은 것 하나가 수반된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같이 딱 일치하는 것은 아니나 거의 맞아떨어진다.

 

저녁에 미리 챙겨놓은 살림살이를 싣고 오느라니 피곤했다.

92km90분 거리로 가깝고 익숙한 길이라서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전날 작전의 영향도 있고, 너무 이른 새벽 2시부터 깨어 움직이다 보니 하품이 연거푸 나왔다.

30km 정도의 고속도로에서는 몰랐는데 42km36번 국도 길은 규정 속도 70km 이내로 달려도 하품과 나른함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새벽부터 길옆에 정차하여 한숨 자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은 큐클리 큐클리(Quickly Quickly, 빨리 빨리) 모드에서 슬로리 슬로리(Slowly, Slowly) 모드로 전환했다.

차를 운전하기보다는 밀고 가는 편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속도를 낮췄다.

새벽이라 오가는 차도 거의 없고, 덜덜거려 금방 주저앉을 것 같은 방개 차마저도 추월할 수 있는 왕복 4차선 도로인지라 서행 운전할 수 있었다.

대천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그래봤자 30분 늦은 시간이었다.

 

한때는 치명적인 약점의 하나라고 지적되었던 빨리빨리가 대한민국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남들이 꺼리는 것으로 성과를 일궜으니 전화위복인 셈이다.

그러나 그도 약발이 계속 받는 것은 아니다.

그만 고집하다가는 약해지거나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 백업 시스템이(Back System, 후비보호) 필요할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이나 경험자들이나 수요자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천천히 천천히 가 아닌가 한다.

전날 작전에 과로를 한 미당 선생이 빨리빨리 모드에서 천천히 천천히 모드로 임하여 안전하게 대천에 도착한 것처럼 말이다.

 

뭐든 거저 된 게 아니다.

만약에 천천히 천천히 할 상황에서 '빨리빨리'를 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고, 그만큼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라는 가정은 자명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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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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