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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고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by Aphraates 2025. 9. 20.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성경 산상수훈(山上垂訓)의 첫 가르침이다.

(마태오복음5.3-12, 루카복음6,20-23)

다른 말씀과 함께 아주 좋은 말씀이다.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는 말씀이다.

말씀을 잘 새겨듣고 행하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당신 말씀을 따르는 차원으로 벤치마킹해 본다.

고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미당 선생이 어렵지 않게 자작한 명제다.

그 말은 불현듯이 기발하게 떠올린 것은 아니다.

어제 청쫄(靑卒) 회동과 오늘 초대를 받은 초청장에서 비롯됐다.

 

먼저, 청쫄 이야기.

청쫄들은 나이 든 선배나 나이 덜 든 후배나 다 OB가 된 지 몇 년 됐다.

행운이지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지만 정년퇴직하고서 재취업하여 각기 자기 특성에 맞게 전기(電氣)계통에서 종사하고 있다.

평생 해 온 전기 일은 안 하겠다고 다짐도 했고, 이제 일은 그만해야겠다는 고집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닌지 완강하던 자세를 바꿔 뒤통수를 긁적이며 현장에 나타나는 것은 청쫄들만이 아니라 불공장 출신은 대부분이 그런 실정이다.

 

청쫄 번개팅은 역시 반갑고 화기애애했다.

각자 자기 근황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도 어찌할 것이라는 계획도 말했다.

다 공감하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어려움에 대해서도 선택받고 혜택받는 복 받은 자로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현장 이야기는 맏형인 미당 선생이 가르마를 탔다.

고민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OB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자기 편한 대로 함부로 살거나 포기하지 말고 더욱더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살자고 했다.

축적된 지식과 기술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탬이 되도록 해야지 알량한 체통과 체면을 생각하고 나태하거나 불성실해지려면 현장에 안 나가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고 주변 사람도 도와주는 것임을 명심하자고 했다.

뭘 모르고 자신이 없으면 노력을 기울이고, 층층시하의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더불어 살려고 하는 것은 상부상조가 아니라 민폐다.

얼굴값, 이름값, 밥값을 하자는 평소의 지론 그대로였다.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닌 듯했다.

쫄이 말솜씨 없는 열변으로 일장 인생 훈시(?)를 하는데 반론하거나 듣기 싫어하는 쫄들은 없었다.

 

다음, 초청장 이야기.

지난주에 초청장을 한 장 받았다.

몇째 아들을 장가보낸다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축하한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좀 찜찜했다.

상대가 인사 차원에서 자기보다 위인 사람들한테 주는 초청장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서로의 관계를 생각하면 불편한 초청장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친숙하다고 할 수 없는 많은 사람한테도 초청장을 건넸다는 것인데 대부분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는 이야기였다.

 

탁자 위에 놓인 초청장을 보니 고민이 된다.

초청자는 어떤지 모르겠다.

안 해도 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싫었다.

그렇다고 죽 고민만 할 것은 아니었다.

가부(可否)를 결정하여 털어버려야지 우물쭈물 망설이는 것은 미당 선생 꽈가 아니었다.

나중에 만나면 어색한 것보다는 작게나마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고 파랑새 형님한테 부탁하려고 전화했더니 역시 고민 중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당신이나 기회 되면 인사를 할테니 그냥 넘어가도 될 거 같다는 조언이었다.

알았다 하고는 통화를 끝냈지만 게림 찍 했다.

흔쾌히 축하를 해주어야 할 결혼인데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그림도 그려진다.

낮에 보령에 갖고 갈 살림살이 준비할 것도 있고, 저녁에는 계룡(鷄龍) 회동이 있고, 내일은 처가 벌초에 가야 하는데 날씨가 왜 이러냐면서 흐릿하다 이슬비가 내리다 하는 밖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던졌다.

날씨가 그러면 그런 것이니 거기에 맞게 해야지 왜 애꿎은 날씨 탓을 하느냐는 반성은 해보건만 맘을 비우라는 말씀과 고민하는 사람이란 말이 그렇게 설득력있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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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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