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못 해서) 미안합니다

by Aphraates 2025. 9. 30.

() 이주일 님께서 “(얼굴이)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셨다.

코미디 카피였다.

당시 대표 유행어였다.

컨셉이 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천신만고 끝에 탄생한 것인지 아니면, 넋두리하다가 우연히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역발상의 결과가 그를 코미디계의 황제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된 셈이다.

소솔한 그 한마디가 아직도 위대한 이야기로 회자해 내려오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그 폭발적인 인기가 1977년 미당 선생이 불 공장 쌍문동 연수원(현재 한일병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발생한 이리역 화약 폭발 사고로부터 나왔다.

 

실상 이주일 씨는 잘생겼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말까지 할 정도로 못생긴 것은 아니었다.

행여 못 새겼다는 평이 있었을지라도 죄송해할 것은 없었다.

드러나는 외모(外貌)든 보이지 않는 내면이든 보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옥에 티가 있다고 했다.

아무리 멋들어진 조각 미남이라 할지라도 못생긴 구석은 있기 마련이다.

진흙 속의 진주도 있다.

아무리 흙속에 묻혔을지라도 진주는 진주로서 빛을 발하게 돼 있다.

자기 맘대로 생겼을지라도 아니, 아무리 조물주가 메줏덩어리처럼 만들어 전체적인 구도가 흐트러졌다고 의기소침한 것은 없다.

고인께서도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그게 이니셜처럼 이마빡에 붙어 인기를 누리는 비결의 한 축이 됐으니 정말로 못생겨도 그래서 못 생길 수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서운해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다.

 

구월의 마지막 날이다.

시월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구월이 오는 소리를 음미할 새도 없이 그냥 가버리고, 긴 연휴로 시작될 시월이 오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했다.

그 한가위가 맘을 울적하게 만들고 무겁게 하고 있다.

추석 물가의 생활고 때문이 아니다.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어서도 아니다.

그런 것들에는 자신 있다.

얼마든지 견디어내고 만들어낼 수 있다.

고도로 숙달된 노련한 조교로서 닥치는 고난이나 드리워지는 허무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맘이 허하고 몸이 무거운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선수가 외롭다.

외롭게 만드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용돈이다.

용돈을 받을 곳은 있다.

부실하면 더 만들거나 안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용돈을 줄 곳이 없다.

줄 곳을 억지로 만들 수도 없다.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서글프다.

 

별걱정을 다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용돈 줄 곳을 찾아서 주면 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손이 작아 못 받는다고 할 사람은 없다고 말할 게 아니다.

용돈을 받을 곳과 줄 곳을 생각하는 것은 물질적인 형이하학적이 아니다.

정신적인 형이상학적 이야기다.

 

찾아뵙고 용돈을 드릴 분들이 안 계신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가신 지 오래되셨다.

언제든지 들려 인사드리고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친지 어른들도 안 계신다.

작으나마 용돈을 드리면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시는 어른들보다 드리는 자신이 더 싱글벙글하였는데 어떤 웃음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인위적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그리됐다.

연식(年式)이 오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갈수록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맘을 허전하게 만든다.

 

못생겨서 미안하다.

못 해서 미안하다.

 

용돈을 받을 수 있다.

안 받아도 서운하지 않다.

용돈을 드릴 수가 없다.

용돈을 못 드려서 서운하다.

 

못 해서 미안합니다.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사와 병장  (0) 2025.10.02
정보원  (0) 2025.10.01
사투리  (0) 2025.09.29
검 檢  (0) 2025.09.28
조금만 도와주세요  (0)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