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주일 님께서 “(얼굴이)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라고 하셨다.
코미디 카피였다.
당시 대표 유행어였다.
컨셉이 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천신만고 끝에 탄생한 것인지 아니면, 넋두리하다가 우연히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역발상의 결과가 그를 코미디계의 황제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된 셈이다.
소솔한 그 한마디가 아직도 위대한 이야기로 회자해 내려오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그 폭발적인 인기가 1977년 미당 선생이 불 공장 쌍문동 연수원(현재 한일병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발생한 이리역 화약 폭발 사고로부터 나왔다.
실상 이주일 씨는 잘생겼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말까지 할 정도로 못생긴 것은 아니었다.
행여 못 새겼다는 평이 있었을지라도 죄송해할 것은 없었다.
드러나는 외모(外貌)든 보이지 않는 내면이든 보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옥에 티가 있다고 했다.
아무리 멋들어진 조각 미남이라 할지라도 못생긴 구석은 있기 마련이다.
진흙 속의 진주도 있다.
아무리 흙속에 묻혔을지라도 진주는 진주로서 빛을 발하게 돼 있다.
자기 맘대로 생겼을지라도 아니, 아무리 조물주가 메줏덩어리처럼 만들어 전체적인 구도가 흐트러졌다고 의기소침한 것은 없다.
고인께서도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그게 이니셜처럼 이마빡에 붙어 인기를 누리는 비결의 한 축이 됐으니 정말로 못생겨도 그래서 못 생길 수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서운해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다.
구월의 마지막 날이다.
시월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구월이 오는 소리를 음미할 새도 없이 그냥 가버리고, 긴 연휴로 시작될 시월이 오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했다.
그 한가위가 맘을 울적하게 만들고 무겁게 하고 있다.
추석 물가의 생활고 때문이 아니다.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어서도 아니다.
그런 것들에는 자신 있다.
얼마든지 견디어내고 만들어낼 수 있다.
고도로 숙달된 노련한 조교로서 닥치는 고난이나 드리워지는 허무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맘이 허하고 몸이 무거운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선수가 외롭다.
외롭게 만드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용돈이다.
용돈을 받을 곳은 있다.
부실하면 더 만들거나 안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용돈을 줄 곳이 없다.
줄 곳을 억지로 만들 수도 없다.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서글프다.
별걱정을 다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용돈 줄 곳을 찾아서 주면 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손이 작아 못 받는다고 할 사람은 없다고 말할 게 아니다.
용돈을 받을 곳과 줄 곳을 생각하는 것은 물질적인 형이하학적이 아니다.
정신적인 형이상학적 이야기다.

찾아뵙고 용돈을 드릴 분들이 안 계신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가신 지 오래되셨다.
언제든지 들려 인사드리고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친지 어른들도 안 계신다.
작으나마 용돈을 드리면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시는 어른들보다 드리는 자신이 더 싱글벙글하였는데 어떤 웃음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인위적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그리됐다.
연식(年式)이 오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갈수록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맘을 허전하게 만든다.
못생겨서 미안하다.
못 해서 미안하다.
용돈을 받을 수 있다.
안 받아도 서운하지 않다.
용돈을 드릴 수가 없다.
용돈을 못 드려서 서운하다.
못 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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