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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한 판 뜨자

by Aphraates 2025. 10. 27.

, 좋다.

사나이 대 사나이로 한 판 뜨자.

어디가 좋니.

옥상으로 와.

공터로 와.

화장실 뒤로 와.

 

소싯적에 맞짱 뛸 때 하던 소리다.

말썽꾸러기나 골치 아픈 학생이 아닌 평범한 학생들도 다혈질적으로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감정이 격해져서 아니, 열정적이라서 라고 해야 맞을 거 같다.

한 판 뜨고 나면 앙금이 풀렸다.

오히려 안 좋던 사이가 한 판을 통해 더욱더 사이가 돈독해지기는 예도 있었다.

 

요즈음 조폭들이나 깡패들이 전쟁하는 것 하고 는 결이 달랐다.

머리 터지고 코피가 나오도록 싸워도 무척 순박했다.

맨주먹이었다.

몽둥이나 무기 같은 것은 사용치 않았다.

집단 린치도 아니었다.

돈이나 이권 같은 것과도 무관했다.

승패가 가려지면 깨끗하게 승복했다.

다쳤다고 입원을 한다던가, 경찰에 신고한다던가, 부모님이나 형들한테 고자질하여 보복하거나 하는 그런 얕은 짓은 없었다.

서로 죽일 듯이 하던 쌈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 우정(友情)을 이어갔다.

싸우면서 크는 거라는 어른들의 격려가 통하기도 했다.

 

지금 그랬다가는 결딴난다.

승자도 패자도 패가망신의 길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다.

보복에 보복이 악순환되는 프레임이 되어 세상이 험악해진다.

 

여의도에서는 늘 한 판이 벌어진다.

공론의 장이니 좋은 현상이지만 내용이 영 부실하다.

낭만도, 맛도 없다.

6, 70년대 미당 선생 세대들이 하던 한 판 하고는 양상이 다르다.

현대판 서바이벌 결투다.

내가 죽든가 네가 죽든가 해야 싸움이 끝나는 한 판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기도 하고 아무런 영양가가 없기도 하다.

체면이고 체통이 다 내던지고 벌이는 전쟁이다.

미래지향이 아니라 과거 회귀의 모습이다.

그러지 말라고 말려도 듣질 않는다.

 

안타깝다.

밉상이다.

왜 사느냐고 디스하고도 싶다.

비양심적이기도 하다.

남들이 그러더라도 그러지 않게 협상가로 나서야 할 당사자들이 그러니 그들을 선택해 준 국민이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관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싸우면서 크는 것이고, 어른은 그 싸움을 계속하면서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막말 대잔치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옥상으로 와!"의원들 감정싸움에 국감이 멈췄다> 라는 기사다.

동물처럼 치고받아서는 안 된다고 금지하니까 몸을 사리느라 잠잠한 것 같더니 그래도 식물처럼은 싫다며 뛰어난 실력으로 언쟁(言爭)을 벌인다.

물리적 행사는 안 한다.

그도 금지했기 때문에 그랬다가는 감옥에 가기 때문이다.

 

커가는 애들 보기 민망하단다.

저게 뭐냐고 얼굴을 찌푸린다.

하지만 들을 사람들도 아닌 것 같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게 궁여지책인 거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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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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